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 위기는 ‘사법 리스크’ 아닌 ‘이재용 리스크’다

등록 2020-09-02 18:21수정 2020-09-03 16:36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을 기소한 것을 두고 이른바 보수언론들이 맹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경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느니,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뒤집은 무리수라는 공격은 점잖은 편이다. 기업을 위태롭게 하는 ‘사법 리스크’, ‘기업하는 죄’, ‘사법의 정치화’ 같은 황당한 딱지까지 붙인다. 이런 일방적인 감싸기가 정말 삼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조선일보는 2일 사설 ‘이재용 결국 또 기소, 한 기업인에 대한 끝없는 수사와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2016년부터 4년간 구속과 수사, 재판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법원과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 이 부회장에게 덮어씌우고 있다는 투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4년간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뇌물 공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 조종 등 이 부회장이 저지른 불법행위 혐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쏙 빼놓은 채 이 부회장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본말전도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삼성 기소는 검찰 간부들 간의 알력과 권력 분쟁에서 이뤄진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요령부득의 문장으로 물타기를 한다. 대부분의 다른 언론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부회장을 두둔하는 데 급급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이번 기소가 불법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을 반복해서 어려움에 빠트리고 있는 것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총수 리스크’다. 창업주부터 이 부회장까지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가 없었다면 삼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의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무조건 두둔하며 감싸고 있으니 ‘삼성 공화국’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인 신뢰의 토대를 허약하게 만들 뿐이다. 삼성이 진정 글로벌 기업이라면 자칭 보수언론의 남루한 편들기에 기댈 게 아니라 잘못된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과 쇄신 노력으로 앞길을 열어야 한다. 그게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불법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것에 어울리는 행보이며 신뢰를 회복하는 바른길이라고 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