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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군참모총장 사퇴, ‘군 성폭력’ 근절의 시작이다

등록 2021-06-04 20:27수정 2021-06-06 17:12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의당 충남도당이 4일 공군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의당 충남도당이 4일 공군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사의를 80분 만에 수용했다. 형식은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의를 수용한 것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역대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이 개인 비리나 대형 인명 사고 등으로 임기 중 물러난 적은 있지만, 성폭력 사건 지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군 지휘부 모두 이번 사건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공군참모총장 사퇴는 군 내부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공군참모총장의 사퇴는 뿌리 깊은 군 성폭력을 근절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우선 가해자, 은폐 가담자, 지휘책임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해야 한다. 청와대는 공군참모총장도 수사 대상이고, 서욱 국방부 장관의 책임과 관련해선 “최고 지휘라인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군대 문화와 성범죄에 무기력한 군 사법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의 ‘성 인지 감수성’은 높아졌지만, 이 변화의 바람이 군대의 높은 울타리를 넘지는 못했다. 군 내부에서 군이 전쟁을 대비한 특수한 전문조직이라서 일반 사회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군 인권 분야에 민간의 참여와 감시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이참에 군 작전과 관련 없는 형사사건인 성폭력 수사는 민간 경찰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성추행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81일 동안 군 사법제도가 제구실을 전혀 못했다. 군 경찰·검찰·법원 등 군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군에서는 부대 지휘관이 군 검사 지휘·감독권을 갖고, 군사법원이 판결한 형량을 깎아줄 수도 있다. 지휘관은 향후 보직과 진급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자신의 부대에서 사건·사고가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고, 이를 의식한 군 수사기관도 ‘원만한 해결’을 내세워 피해자 회유·압박에 나서곤 한다. 최근 불법촬영 피해자 여군들이 군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민단체에 제보한 것은 군 사법제도에 대한 군인들의 불신을 보여준다. 군 수사기관이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군 성범죄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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