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충남도당과 충남지역 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공군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병영문화 개선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고인이 된 피해자를 애도하며 비행단 정문에 국화를 꽂고 있다. 서산/연합뉴스
군검찰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방부 조사본부(본부장 이태명 육군 준장)도 사건 발생 부대인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성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신속한 수사에 나섰다. 국회도 7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국방부 검찰단(단장 최광혁 육군 대령)이 4일 오전 10시께부터 성추행 피해 공군부사관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해 (보통군사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국방부조사본부가 ‘초동수사 부실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4일 오전 11시40분 성범죄수사대를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일 “엄중 처리” 지시 이후 사건 발생 부대인 제20비행단, 사고 축소·은폐 혐의가 있는 공군 군사경찰, 집단 따돌림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제15비행단 등으로 수사가 전방위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국방부 검찰단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을 압수수색한 것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핵심 원인인 늦장·부실 수사, 보고 누락 의혹 등과 관련한 증거 확보에 1차 목적이 있다고 전해졌다. 공군 군사경찰이 더디고 부실한 수사를 한 까닭이 ‘무능’ 때문인지 ‘은폐’ 의도가 있었는지 가리는 게 수사의 초점이다. 공군 제15비행단에 대한 압수수색은 유족들이 주장하는 집단 따돌림 등 ‘2차 가해’ 여부 등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부대인 제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성범죄수사대’를 투입한 사실과 관련해선 “공군 군사경찰 초동수사 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군검찰의 수사는 이후 군 수뇌부를 향해 빠르게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최고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며 ‘성역’ 없는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때문에 군검찰은 이날 사의를 밝힌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사건을 인지한 시점과 그 뒤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적절성 등을 ‘검증’할 자료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방부와 공군은 이성용 참모총장은 4월14일, 서욱 국방장관은 5월25일 각각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첫 보고를 받았고, 공군의 사망 첫 보고에는 성추행 피해 사실이 빠져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성폭력은 인지 즉시 국방부에 보고하라”는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고, 뒤늦은 보고에서조차 사건의 핵심 원인이 누락된 것이다. 모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사안이다.
군검찰이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사법 체계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지휘관들이다.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청문회를 통해 사건의 윤곽을 드러낸 뒤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길윤형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