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정의당 농성장을 방문해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태까지 여당이 다 통과시켰잖아요. 그 많은 법을 통과시켰는데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해요?”
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14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말했다. 단식 중단을 요청하러 농성장을 방문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이 법안 심의를 거부하는 상태라 여러 악조건이 있다”고 말하자 내놓은 물음이다.
이날 김 원내대표와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미숙씨를 비롯해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무기한 단식을 벌이고 있는 국회 본청 앞 농성장을 찾았다. 김 원내대표는 “논의의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법 제정이) 무산되지는 않는다”며 “이제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한 의장도 “전 국민이 쳐다보고 있는데 (민주당이) 어떻게 (법 제정을) 안 하느냐”며 “임시국회 시작하고 저희가 정책적으로 심사가 들어갔으니 단식은 그만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숙씨는 민주당의 약속을 “못 믿겠다”며 단식 중단 요청을 거부했다. 김씨는 “우리 몇 명 (단식으로) 죽는 것보다 수천 명이 (산재로) 죽는 게 더 급한 일”이라며 “회기 내 법을 처리한다고 했으면 역산해서 법사위 (일정) 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나와야지, 이렇게 나와서 단식 중단하라고 하면 저희는 동의 못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에서는 박주민·이탄희·박범계 의원 등이 각각 중대재해법을 대표발의했으나, 지도부 차원의 당론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김씨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도 지금 심의를 거부하는 상태라 여러 악조건이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김씨는 “여태까지 여당이 (원하는 법은) 다 통과시켰잖나.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냐”며 “그 사람들(국민의힘) 안 들어오면 여당에서 그냥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간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해왔지만,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 탓에 정기국회에 이은 12월 임시국회에서도 심의가 늦어지는 데 대한 항의였다. 동석한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미숙씨의 요구에 “여러 말씀을 듣고 고민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논의했다. 21대 국회 들어 중대재해법을 심사하는 첫 일정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는 29일을 포함해 소위를 한두 차례 더 열어 논의한 뒤 새달 8일에 끝나는 임시회 회기 안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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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찾지 말고, 중대재해법으로 지금 죽어가는 사람들 살려줘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738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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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꼽은 중대재해법 ‘5가지 쟁점’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50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