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ㄱ중사가 어머니께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해군 ㄱ중사가 가해자로부터 사건 발생 이래 70여일 동안 지속적인 2·3차 가해를 당했음을 보여주는 본인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국방부와 해군은 ㄱ중사가 “사건이 일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명분 삼아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2차 가해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ㄱ중사의 유족으로부터 확보한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ㄱ중사는 3일 어머니께 보낸 카톡 메시지에서 “그 지난 번에 미친 넘(가해자인 ㄴ상사) 있었잖아요. 근데, 일해야 하는데 자꾸 (업무에서)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어요.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선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님이 지나친 걱정을 하기 원치 않았던 듯 “신경 쓰실 건 아니고 그래도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이어 가해자인 ㄴ상사가 성추행을 한 다음날인 5월28일에도 “사과하겠다”고 ㄱ중사를 불러 내 식사 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했다는 유족들의 증언도 소개했다. ㄴ상사는 ㄱ중사가 이를 거부하자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는 악담을 퍼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중사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적 고통이 상당했는지 9일부터 숨진 12일까지 무려 8차례에 걸쳐 성고충상담관과 통화했다. 하 의원은 “처음 ㄱ중사가 성추행 사건을 보고한 뒤 바로 가해자 분리조처를 했으면 이 사람이 죽는 것은 예방할 수 있었다”며 “분리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있다 보니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를 계속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해군은 ㄱ중사의 신고 시점과 관련해서도 ‘거짓 해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도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ㄱ중사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오늘(3일) 신고하려고 부대에 전화했다”며 신고 시점을 명확히 ‘3일’이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와 해군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ㄱ중사가 소속 부대장과 7일 면담 자리에서 피해 사실을 처음 보고한 뒤 9일 정식으로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피해자가 1차 신고를 한 것은 (국방부와 해군이 주장하는 9일이 아닌) 피해 당일인 5월27일이다. 그때 주임상사한테 1차 신고를 했지만, 피해자가 ‘노출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한 말을 과잉해석했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와 진상 규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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