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 ‘정상만찬 연설’ 의미심장
김, 정상회담서도 “세대 바뀌어도…” 연거푸 언급
후 “9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성과 축원” 맞장구
김, 정상회담서도 “세대 바뀌어도…” 연거푸 언급
후 “9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성과 축원” 맞장구
“조(북)-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그것을 대를 이어 강화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이 지닌 중대한 역사적 사명이다.” 26~30일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에서 한 연설이 의미심장하다.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후계구도 구축 과정에서 중국 쪽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후대 또는 대를 이어 간다는 표현이 담긴 단락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계속 강화발전”, “조-중 친선을 세대와 세기를 이어가며 더욱 강화발전” 등의 표현을 잇따라 쓰는 등 연설의 핵심부를 거의 ‘대를 이은 조-중 친선 강화’의 의미를 짚는 데 바쳤다. 김 위원장은 또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조-중 친선은 역사의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친선으로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열린 북-중 정상회담 때도 “조-중간 전통적 우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과 세대교체로 인해 변화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한층 공식성을 띤 만찬 연설에서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 연설은 중국이 아니라 북쪽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후 주석은 만찬 연설에서 후계구도에 대한 직접적 지지로 읽힐 수 있는 ‘대를 잇는다’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그가 만찬에 앞선 정상회담에선 “중-조 친선을 대를 이어 전해가는 것은 쌍방 공동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데 비춰, 공식 연설이라는 점을 고려한 데 따른 차이로 보인다. 그는 대신 “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조선노동당 대표자회가 원만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는 말을 했다. 9월에 예정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당 최고기관 선출이 주목적이다. 후 주석은 당대표자회를 언급함으로써 김정은 후계체제의 성공적 구축을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자신의 인연을 언급하며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방문의 의미를 언급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길림(지린)은 내가 이전에 생활했던 곳으로 이곳의 큰 변화와 발전을 보고 깊이 감동했다”며 “동북지역과 조선은 가깝고 산천의 모습도 비슷하고 공업구조도 비슷하다. 조선은 동북지역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방법과 경험을 연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는 만찬 연설에선 “김일성 주석께서 풍찬노숙하던 중국 동북지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조-중 친선의 소중함을 더더욱 느끼게 됐다”며 “혁명선배들이 물려준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논리를 이어갔다. 이전의 5차례 방중과 판이하게 구분되는 이번 방중 여정이 후계구도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성지순례’ 성격이 담겨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김정일 7차 방중 경로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