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수 병무청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병무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찬수 병무청장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기 청장은 이날 병무청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체육 특기자 병역특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이렇게 답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병역특례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우리 성적이 북한에 처지자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지금은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도 "효과 대비 논란이 지나치다"며 "국방위 차원에서 병역특례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냈으면 한다"고 가세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술 특기자 가운데 강남 3구 출신이 38명으로 유달리 많고, 이들 중 34명은 국내에서 열리는 무용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예술요원으로 병역특례를 받은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발레단 단원의 국외 콩쿠르 수상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의 질의를 지켜본 안규백 국방위원장은 "농사를 짓거나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군대 갈 나이가 되면 국가에 헌신한다"며 "예술·체육 특기자만을 대상으로 한 병역특례는 전근대적이고 천민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 병무청장은 "시대상황에 부합하게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제도의 취지, 운영 목적, 병역 이행 등의 형평성을 따져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폐지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체육·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는 그동안 공정성을 놓고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으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 등으로 참여했던 선수들이 대거 병역특례를 받으면서 새삼 불거진 바 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예술·체육요원(보충역)으로 편입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민간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일정 기간 특기봉사활동 의무가 부여되지만, 군에서 생활하지 않아 사실상 병역이 면제되는 셈이다. 올해 9월 말 현재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병역자원은 97명이다.
병무청은 앞서 업무보고를 통해 체육·예술 병역특례 개선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병역 이행의 형평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기관의 연구,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병무청 국감에서는 연예인과 고소득자의 보충역 전환율, 사회복무요원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예인의 보충역 전환율은 전체 입영자와 비교해 11배 이상 높은 5.81%"라며 "고소득자나 그 자녀의 보충역 전환율도 1.18%로 2배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은 "사회복무지도관 1명이 평균 124개 기관, 600명의 사회복무요원을 관리한다"며 "사회복무지도관을 확충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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