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법’이 17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오른쪽 의석)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전광판에 재석의원 찬성률 100%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보인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전문가들 “대선 판세 급격한 변화 힘들어”
이후보 직접 조사땐 정치적·도덕적 타격
특검서도 무혐의 결론땐 범여권에 ‘역풍’
이후보 직접 조사땐 정치적·도덕적 타격
특검서도 무혐의 결론땐 범여권에 ‘역풍’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17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번 대선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유력 후보가 특검 수사를 받게 됨으로써, 선거 뒤에도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비케이(BBK) 동영상’ 공개에 이은 특검법 통과로 이 후보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16일 밤 ‘특검법 수용’ 발표로 급히 진화에 나서는 한편, 19일 선거에서 득표율 하락을 막기 위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특검법을 밀어붙인 범여권은 이 후보의 득표율을 최대한 끌어내리고, 이를 발판으로 막판 역전을 시도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검법 통과가 판세의 극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1위와 2위의 지지율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져 있고, 부동층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막판 역전극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 후보의 과반 득표에는 빨간 불이 켜졌지만, 순위 변동은 힘들 것”이라며 “이 후보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표는 범여권 후보가 아니라 이회창 후보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특검법은 대선 이후 ‘연장전’을 겨냥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 특검이 임명돼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2∼3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수사는 1월 중순 전후에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소추 금지’ 조항(헌법 제84조)은 당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2월25일 취임 이전까지는 특검의 조사가 가능하다. 특히 이 후보에 대해 특검의 직접 조사가 이뤄지면 그 자체로 정치적·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통합신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최대 목표는 이 후보의 기소와 당선 무효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 후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도보다는 정치 공세적 성격이 더 강하다. 취임 뒤에는 대통령 당선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려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합신당의 진짜 목표는 ‘비비케이 의혹’의 불씨를 계속 살려 총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기간(최장 40일)은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이 한창일 시점과 정확하게 겹친다. 범여권은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정치적·도덕적 흠결을 최대한 부각시켜 내년 4·9 총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검법이 발효되고 수사가 진행되면 총선을 앞둔 각 진영의 내부 분화나 정치권의 이합집산도 제동이 걸리거나 시기가 늦춰질 개연성이 크다.
범여권의 기대와 달리 특검이 정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검까지 했는데도 검찰 수사와 특별히 다른 혐의점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통합신당 등 범여권은 무책임한 정치 공세를 폈다는 역풍과 정치적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범여권이 빼 든 특검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이명박 특검법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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