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2020년 과학을 내다보는 2010년의 열 가지 시선

등록 2010-02-08 17:57수정 2010-02-08 17:58

2020년 과학을 내다보는 2010년의 열 가지 시선.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제공
2020년 과학을 내다보는 2010년의 열 가지 시선.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제공




2020년의 과학과 사회를 내다보며 각 분야 전문가 10명이 저마다 다른 열 가지 시선을 전한다. 김진수 교수는 유전체공학이 바꿀 미래 모습을 그리며, 이영희 교수는 급변하는 과학과 사회가 공존하는 소통의 해법을 제안한다. 이정모 교수는 뇌와 마음의 관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인지과학의 새바람을 소개하고, 김용석 교수는 과학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학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내다본다. 현택환 교수는 나노기술의 지나온 1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계속될 진화의 길을 전망한다. 이종필 박사는 첨단 관측·실험장비의 등장으로 달라질 우주와 물질의 기원 연구를 조망하고, 박상욱 박사는 향후 10년의 과학기술 트렌드를 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오재호 교수는 기후변화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려는 또 하나의 제안으로 떠오르는 ‘지구공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는다. 홍성욱 교수가 문과와 이과, 학계와 시민사회를 가르는 ‘두 문화’의 문제를 짚고, 민경찬 교수는 노벨상 콤플렉스에 빠진 우리 사회에 기초과학이 중요함을 다시 강조한다.

필자들의 글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scienceon.hani.co.kr)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9~12일 연재 예정.



DNA 읽기 시대에서 DNA 작문 시대로

2020을 보는 열 가지 시선 ① 생명을 만드는 합성생물학과 유전체 혁명

개별 단백질·유전자 분석에서 더 나아가
21세기 생명과학은 유전자를 합성하고
새로운 조절 네트워크를 설계할 뿐 아니라
인공으로 유전체를 합성한다

생명 유전의 기본물질인 디엔에이의 모형. 출처: 위키미디어 공유재산
생명 유전의 기본물질인 디엔에이의 모형. 출처: 위키미디어 공유재산

“만들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했던 말로, 요즘 합성생물학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인위적으로 설계해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생명현상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생물학이다.

합성생물학의 출현 배경은 화학의 발전 과정과 비슷하다. 19세기 초까지 화학자들은 단순한 무기물로는 복잡한 유기물을 합성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828년 독일 화학자 뵐러가 소변에 포함된 유기물인 요소를 무기물로 합성할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화학은 큰 전환기를 맞았다. 20세기 들어 화학자들은 신약, 폴리머 같은 유용한 물질을 만들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분자합성 실험으로 다양한 화합물의 성질과 반응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21세기 생명과학은 이런 화학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개별 단백질과 유전자 등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생화학과 유전학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합성하고 새로운 조절 네트워크를 설계할 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유전체를 합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화학자들이 분자를 합성하면서 더 많은 지식을 쌓은 것처럼 생물학자들은 생명체를 합성하기 시작하면서 생명현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인공생명체, 공상 아닌 ‘시간문제’

합성생물학의 가장 도전적인 목표는 인공생명체 합성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생명체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급속히 발전하는 생명공학과 차세대 디엔에이(DNA) 염기서열 해독 및 합성 기술에 의해 이제 인공생명체 합성은 가능성이 아니라 시기의 문제가 되었다.

인공생명체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최근 미생물의 최소 유전체에 해당하는 수십만 개 염기쌍 디엔에이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한 미생물의 유전체를 다른 종의 유전체로 대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제 미생물의 원래 유전체 대신에 합성한 유전체를 주입해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과정만 남았는데, 이런 놀라운 일은 당장 올해 안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크레이그 벤터는 인공생명체 합성이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탄소화합물을 생산하는 미생물이나, 환경오염 물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미생물을 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이 인공생명체 합성처럼 기본적으로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지향한다면 유전체공학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혁신이다. 유전체공학은 인간을 포함해 동물, 식물, 미생물의 유전체를 개량하고 교정하는 재설계 기술을 뜻한다.

유전자 가위는 생명의 재단사

그러면 유전체공학(genome engineering)과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어떻게 다를까? 지난 수십 년 동안 널리 사용되고 있는 유전공학은 분해효소의 일종인 ‘제한효소’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디엔에이를 자르고 붙여 만든 ‘재조합 디엔에이’를 세포에 무작위로 주입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는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나 세포 안 유전체를 개량하고 교정하는 데에는 여러 문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재조합 디엔에이가 유전체에 무작위로 삽입됨으로써 필수 유전자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유전자를 활성화할 수도 있다. 또한 유전공학 기술은 세포 안에 있는 유전체를 자르고 붙이고 교정하는 데에는 쓸 수 없다.

21세기 들어 출현한 유전체공학은 이런 유전공학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됐다. 즉, 이른바 ‘유전자 가위’라는 분해효소를 맞춤 제작해 세포 안에서 유전체 일부를 잘라내거나 외부 유전자를 정해진 위치에 삽입하거나 염기서열을 원하는 대로 교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전자 가위는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특이적으로 인식해 절단하는 인공 효소를 말하는데, 유전공학에서 쓰는 제한효소와는 큰 차이를 지닌다. 미생물에서 분리해 쓰는 제한효소는 대부분 4~6개 염기쌍을 인식해 디엔에이를 절단하는데, 이를 동식물 세포 안에 넣으면 그 표적 염기서열이 너무 많아 유전체를 수십만 개로 산산조각낸다. 반면 유전자 가위는 20개 안팎 염기쌍을 인식하도록 설계된 인공 제한효소이기 때문에 유전체의 한 위치만을 자르고, 그래서 연구자가 원하는 변이를 정확히 원하는 장소에 도입할 수 있다.

DNA 작문?…읽고 쓰고 교정하고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유전체공학연구실)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유전체공학연구실)

생명과학자가 보기에, 유전체공학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교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유전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고,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 유전자를 없앤 가축을 만들 수도 있다. 병충해나 가뭄에 강한 벼와 옥수수를 만들 수 있으며,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개와 고양이를 만들 수도 있다. 즉, 인간을 포함해 가축, 가금류, 어류, 애완동물, 농작물, 수목 등 우리 주변 모든 생명체의 유전체를 교정하고 개량할 수 있다.

향후 수십 년간 합성생물학과 유전체공학의 눈부신 발전과 폭넓은 활용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것은 차세대 디엔에이 해독 기술과 생명정보학, 유전학이다. 머잖은 장래에 차세대 디엔에이 해독 기술의 발전으로 30억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를 일주일 안에 100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식물에도 품종 개량, 원산지 추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유전체를 읽고 해석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유전체를 고쳐 쓰는 유전체공학 기술은 21세기 생명공학에서 필수적인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합성생물학과 생명정보학, 유전체공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유전체를 읽고 쓰고 해석하고 교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향후 10년, 아니 그 이후의 생명과학, 분자의학, 생명공학의 핵심적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한편 연구현장 밖에선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생명을 어디까지 조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성찰이 또다른 숙제로 남을 것이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유전체공학연구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