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이후 지진발생 3배로 껑충…러시아 국경쪽 ‘아무르판’ 주장도
서울 내진건물 10%도 안돼…장비 부족 ‘활성단층’ 파악조차 못해
서울 내진건물 10%도 안돼…장비 부족 ‘활성단층’ 파악조차 못해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공포심이 극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지진은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자연재해 중의 하나다. 지진은 현대과학으로도 예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 지진에 이어 지난달 27일 발생한 칠레 지진에 세계가 경악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 왜 예보가 불가능한가 지진은 현대과학으로 단기 예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보란 어떤 전조 현상을 읽고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인데 기상과 달리 지진은 전조 현상이 없다. 지구자기장의 변화와 동물의 이상행동을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현상이 지진의 전조라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현대 과학에서 수십~수백㎞ 지하에서 일어나는 단층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방법은 지진이 발생한 뒤 지진파 분석을 통해서다. 이덕기 기상청 지진정책과장은 “지진의 파장을 보고 단층이 어떻게 갈라졌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진파 2종류 가운데 빨리 전파되는 피(P)파와 느리지만 파괴력이 큰 에스(S)파의 속도 차이를 이용해 지진 발생 상황을 몇분 정도 미리 파악하는 게 최선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지진 관측 후 120초 이내에 지진 속보를 발표하고 있는 현재 시스템을 2015년까지 50초 이내로 단축할 방침이다.
■ 한반도는 안전한가 유라시아판 중간에 있는 한반도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경계에 있는 일본 열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판 내부 지역이더라도 지진을 촉진하는 에너지가 활성단층에 축적되면 언젠가는 지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1976년 24만명의 인명 피해를 낸 중국 허베이성 탕산지진이 이런 사례다.
한반도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지진 관측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1978년에서 1996년까지는 연평균 18회 정도였는데, 1997년 이후에는 연평균 42회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관측 사상 최고인 60회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달 경기 시흥 지진은 건물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최근 북한 두만강과 러시아 국경 일대에서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일어나자 만주와 러시아 국경 일대의 아무르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조봉곤 전북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지진 안전지대냐 아니냐는 논란보다는 지진에 대한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진대비 잘돼 있나? 우리나라의 지진 대비와 연구는 초보적 수준이다. 내진설계는 1997년이 돼서야 항만 교량 도시철도 등 공공시설에 도입됐다. 민간 시설에는 2005년부터 15층 이상 아파트에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됐다. 최근 서울시 조사 결과, 서울의 일반 건물 62만8325채 가운데 내진설계가 반영된 것은 6만1919채(9.85%)에 불과했다. 소방방재청 시뮬레이션 결과, 아이티를 강타한 것과 같은 7.0 규모의 지진이 서울에서 일어나면 전국적으로 67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도 거의 돼 있지 않다. 활성단층은 암석들이 케이크를 잘라놓은 것처럼 어긋나 있는 지층대로 지진발생 가능성이 큰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활성단층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돼 있지 않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지질연구는 광산개발 차원의 연구가 대부분으로, 지진과 연관된 구조적 지질 연구는 취약하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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