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고대신문〉 기자
대학별곡
수업 시작 10분 전쯤 학교에 도착한 최선희씨(ㅇ대 경제학 4)는 건물 입구에 놓인 <대학내일> 한 부를 집어든다. 바로 옆에 학보나 교지도 있지만 외부 잡지에 손이 먼저 간다는 선희씨. 그는 “학보는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다 볼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읽을거리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외부 잡지는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는 그녀.
월요일 아침이면 학교 건물 입구마다 여러가지 읽을거리들이 놓여 있다. 학보, 교지도 있고 <대학내일>, <캠퍼스헤럴드> 등 외부 매체도 보인다. 매주 나오지는 않지만 공모전만을 위한 잡지 Thinkgood이나 영어시험만을 위한 소책자도 있다. 학생들의 손길은 주로 외부 매체를 향한다.
<대학내일> 리포터로 일했던 양현정씨(이화여대 경제학 4)는 학생들의 외부 매체 선호에 대해 “가벼운 내용을 재미있게 다루고 취업이나 공모전 등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짚어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또 “화려한 디자인과 사진과 그림이 많은 구성도 한 몫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현정씨는 “대학내일에 실리는 광고는 또 다른 형태의 기사”라고까지 말한다.
광고 중심의 화려하고 상업적인 매체를 찾는 학생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지금, 학보는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학보가 발간되는 월요일 아침이면 학보를 먼저 받아보기 위해 학보사 앞에 학생들이 줄을 서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학보는 이제 종종 학교에 큰 사건이 터질때나 주목을 받고, 그 외에는 일주일 내내 기다려도 아무도 읽지 않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손희경씨(미시간대 경제학 3)는 “미국에서는 학보가 대학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문”이라고 말한다. 미시간대 학보는 주간지가 대부분인 한국 대학 학보와 달리 일간지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거의 매일 학보를 읽는다”며 “학보를 읽지 않으면 지역 소식과 학교 소식도 제대로 알 수 없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학보에 실린 내용이 주제가 될 때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학보사 기자들은 외부 매체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산외대 학보사 편집국장인 윤나리씨(아랍어과 3)는 “많은 학생들이 외부 매체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읽을거리가 부족한 지금의 학보를 학보만이 다룰 수 있는 질 높은 기사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온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에서 운영하는 웹진 연두는 연세춘추와는 다른 분위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고려대도 학보와는 별도로 학교에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마다 온라인에 속보를 올리거나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는 기사를 제공한다. 경희대는 섹션면을 새롭게 구성하고 탐사기획팀을 따로 운영하는 등 내용개혁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학보가 맞은 위기를 모두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다. 과거, 어떤 경쟁자도 없이 학내 여론을 독점하던 학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상업성을 앞세우고 화려함을 무기로 달려드는 수많은 매체들 사이에서 학보는 위태로운 길을 가고 있다. 외부매체, 이대로 학보를 몰아낼까. 학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질까.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다. 과거, 어떤 경쟁자도 없이 학내 여론을 독점하던 학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상업성을 앞세우고 화려함을 무기로 달려드는 수많은 매체들 사이에서 학보는 위태로운 길을 가고 있다. 외부매체, 이대로 학보를 몰아낼까. 학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질까.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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