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기자
대학별곡 /
작은 계획이라도 실천해봤는지? 방학을 맞아 집을 찾은 공주대 이은솔 씨(음악교육과 2학년)는 슬슬 지겹다. 처음에는 쉬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었다. 고향에서 전공을 살려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딱히 마땅한 자리를 구할 방법이 없다. 한두 달 가르치다가 개강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문제다. 봄에는 예식장에서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그런 일도 드물어졌다. 집에 갇혀 시간을 보내기는 싫어 집 근처 할인마트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성에 안차기는 마찬가지. “대학에 오면 학기 중에 돈을 벌고 방학 때는 여행을 다니고 싶었다”는 은솔 씨의 바람과는 달리 학사 일정은 너무 빡빡했고, 방학은 그렇게 지나고 있다. 대학생, 취직난에 시달리느라 매일을 수험생같이 산다하지만 모든 대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며 ‘방학이 허무하다’고 아우성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이 고향인 ㅈ씨(고려대 경영대 1학년)는 방학을 매우 규칙적(?)으로 보냈다. 매일 점심때쯤 일어나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잠들었다. 다음날 늦잠을 자는 것은 당연한 결과. 방학이 되면 영어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푹 쉬어서 좋긴 하지만 방학이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다”며 “8월 중순이 지나면 시작하기로 한 응원단 연습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ㅎ씨(ㄱ대 의대 2학년)는 방학 동안 아예 마음먹고 푹 쉬기로 했다. 몇몇 친구들이 의료 봉사활동을 떠날 때 우물쭈물하다가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심심하고 가끔 허무하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학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되묻는 ㅎ씨. 어차피 다 지난 방학에 괜히 의미를 둬봤자 더 피곤하기만 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해 돈도 모으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한양대 ㄱ씨(도시과 1학년). 하지만 돈은 생각만큼 모이지 않았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마시고 쉬다보니 영어공부도 별 진전이 없었다. 8월에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한 바다여행이 이번 방학의 제일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농활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던 때도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 가운데 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정보도 없어 그냥 지나쳤다. “남은 방학이라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 카투사에 지원하고 싶다”는 ㄱ씨. 그의 바람은 이뤄질까? 이 땅의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시트콤에 등장하는 것 같은 화려하고 멋진 대학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빡빡한 학사일정에 치어 숨쉬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그들은 또 다른 탈출구로 방학을 꿈꾸지만 개강날짜가 닥쳐올수록 방학 때 해놓은 것이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전주에 머무르고 있는 강진주씨(전남대 약학과 1학년)는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가도 해보고 수영도 다녔다. 하지만 여전히 방학이 허무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진주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방학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막상 방학을 맞으니 너무 막연하기만 하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려대 이다정씨(사회학과 4학년)는 자신의 대학시절을 돌아봤을 때 크게 후회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거창한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학기때 열심히 공부했고, 특히 방학은 매번 꼼꼼히 준비해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는 동아리 공연 준비를 했고, 2학년 때는 돈을 모아서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목표를 작게 잡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너무 큰 기대나 막연한 바람을 가지면 오히려 방학을 힘들게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활동이요, 시간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일함이다’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계획을 세워서 한걸음씩 움직일 때 주어진 시간을 보람과 만족으로 채울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방학을 후회로 채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작은 계획이라도 실천해봤는지? 방학을 맞아 집을 찾은 공주대 이은솔 씨(음악교육과 2학년)는 슬슬 지겹다. 처음에는 쉬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었다. 고향에서 전공을 살려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딱히 마땅한 자리를 구할 방법이 없다. 한두 달 가르치다가 개강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문제다. 봄에는 예식장에서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그런 일도 드물어졌다. 집에 갇혀 시간을 보내기는 싫어 집 근처 할인마트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성에 안차기는 마찬가지. “대학에 오면 학기 중에 돈을 벌고 방학 때는 여행을 다니고 싶었다”는 은솔 씨의 바람과는 달리 학사 일정은 너무 빡빡했고, 방학은 그렇게 지나고 있다. 대학생, 취직난에 시달리느라 매일을 수험생같이 산다하지만 모든 대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며 ‘방학이 허무하다’고 아우성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이 고향인 ㅈ씨(고려대 경영대 1학년)는 방학을 매우 규칙적(?)으로 보냈다. 매일 점심때쯤 일어나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잠들었다. 다음날 늦잠을 자는 것은 당연한 결과. 방학이 되면 영어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푹 쉬어서 좋긴 하지만 방학이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다”며 “8월 중순이 지나면 시작하기로 한 응원단 연습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ㅎ씨(ㄱ대 의대 2학년)는 방학 동안 아예 마음먹고 푹 쉬기로 했다. 몇몇 친구들이 의료 봉사활동을 떠날 때 우물쭈물하다가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심심하고 가끔 허무하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학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되묻는 ㅎ씨. 어차피 다 지난 방학에 괜히 의미를 둬봤자 더 피곤하기만 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해 돈도 모으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한양대 ㄱ씨(도시과 1학년). 하지만 돈은 생각만큼 모이지 않았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마시고 쉬다보니 영어공부도 별 진전이 없었다. 8월에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한 바다여행이 이번 방학의 제일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농활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던 때도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 가운데 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정보도 없어 그냥 지나쳤다. “남은 방학이라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 카투사에 지원하고 싶다”는 ㄱ씨. 그의 바람은 이뤄질까? 이 땅의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시트콤에 등장하는 것 같은 화려하고 멋진 대학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빡빡한 학사일정에 치어 숨쉬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그들은 또 다른 탈출구로 방학을 꿈꾸지만 개강날짜가 닥쳐올수록 방학 때 해놓은 것이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전주에 머무르고 있는 강진주씨(전남대 약학과 1학년)는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가도 해보고 수영도 다녔다. 하지만 여전히 방학이 허무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진주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방학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막상 방학을 맞으니 너무 막연하기만 하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려대 이다정씨(사회학과 4학년)는 자신의 대학시절을 돌아봤을 때 크게 후회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거창한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학기때 열심히 공부했고, 특히 방학은 매번 꼼꼼히 준비해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는 동아리 공연 준비를 했고, 2학년 때는 돈을 모아서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목표를 작게 잡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너무 큰 기대나 막연한 바람을 가지면 오히려 방학을 힘들게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활동이요, 시간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일함이다’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계획을 세워서 한걸음씩 움직일 때 주어진 시간을 보람과 만족으로 채울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방학을 후회로 채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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