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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외국 유학생들 눈에 비친 한국학생…

등록 2006-06-06 19:29수정 2006-06-07 16:16

대학별곡 / 친구되기 쉬지만 암기식 공부 ‘걱정’

국제화 시대,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오는 외국 학생들도 많다. 많은 대학들이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면서 그 수는 더욱 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을 찾은 동기는 여러가지다. 한국인 친구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다는 것에서부터 일본과 홍콩에 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져서 할 수 없이 한국에 왔다는 솔직한 고백까지. 동양권 학생들은 같은 한국이 친근해서 왔다는 경우가 많았고 서양권 학생들은 아시아 관련 전공에 경험을 쌓으러 온 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이 본 한국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외국인 학생들은 암기가 중요시되는 시험에 대해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러시아 출신 한 학생은 “우리는 교수가 돌아다니며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구두시험이 많은 데 한국은 필기 시험이 대부분이어서 원리를 이해하기보다 외워야하는 게 많다”고 답했다. 뉴질랜드 출신 아시아 비즈니스 전공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재키의 느낌도 비슷했다. 그는 “교재의 단어 하나하나를 빠뜨리지 않고 모두 외워서 빈칸을 채워야 해 수업 내용을 이해하더라도 정확한 단어를 모르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수업시간에 배운 원리를 이용하여 대처방안을 서술하는 뉴질랜드와 너무 달라 시험 공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학생수가 많고 한 교수가 여러 강의를 맡고 있어 질문은 전자우편으로 보내 며칠을 기다려야 답을 들을 수가 있는데 한국은 강의 중에 교수에게 질문을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벨로루시에서 온 안토니도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그는 그룹 단위로 이뤄지는 프로젝트와 프리젠테이션도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시험 방식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많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객관식 시험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 학생들은 교재를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를 해요. 점수는 높게 받을 지 몰라도 학문 연구나 원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

이들은 한국 유학 생활에 대부분 만족했다. 특히 한국인 학생들이 친절하고 성격이 좋아 쉽게 사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한 학생은 “한국은 선후배 사이가 돈독하고 친구가 되기도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학생들이 남의 사생활에 대해 서슴없이 얘기하는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술자리에서 남들의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대만 교환학생 경덕씨는 한국 대학생들의 ‘실력’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했다. 그는 한자 문화권에 있는 한국학생들이 한자를 제대로 몰라 고서적을 읽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열심히 공부하지만 거의 교재를 외우는 경우가 많고 본질적인 공부는 잘 안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생각도 의견도 비슷비슷하다는 데 대해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보면 한국 교육이 뭔가는 모르지만 위험하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

한국의 대학 축제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국립대 장학생으로 중국에서 온 한 학생은 “중국에서는 학교 축제 때 올려지는 공연과 쇼를 모두 학생 스스로 준비하는데 한국에서는 대중가수를 부르더라”며 “대중가수는 콘서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왜 대학 축제때 초청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창의성 없는 대학 축제를 꼬집었다. 그는 중국의 경우 학생들의 공연과 쇼로도 무대에 오르려는 경쟁이 심하고 다양한 이벤트 역시 학생들의 손으로 꾸며진다며 한국의 대학 축제는 오히려 기업 박람회 같은 느낌이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외국인 대학생의 눈에 비친 우리 대학, 새겨들어야할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

이남의/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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