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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유 맘껏 누린 ‘주4파’…결국 손에쥔 건 ’시들해진 성적표’

등록 2006-09-13 08:12수정 2006-09-13 14:08

정소진/〈연세춘추〉 기자
정소진/〈연세춘추〉 기자
대학별곡 /

교수도 학생도 금요일 수업 기피…늘어나는 ‘주4파’ 이대로 좋을까

대학 생활의 자유를 만끽하고자 ‘주4파’로 지냈던 ㅇ씨,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화끈하게 놀겠다는 생각으로 ‘주4파’를 택했으나 결국 남은 건 ‘시들시들’한 성적표와 망가진 생활 패턴. 다시 ‘주5파’로 복귀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2학기 수강신청에 돌입! 하지만 수강편람엔 금요일 수업이 없었다.

금요일 수업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의 한 사립대 세무학과는 이번 2학기 수강신청에서 일주일 45시간의 전공수업 중 금요일에 배정한 수업이 단 1시간. 2.2%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일주일 수업의 20%가 금요일에 배정돼 있어야 하지만 실제 대학에서 금요일 수업 비율이 20%를 넘기는 학과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약간 더 쉬운 정도다. 이 학교 미생물학과도 전공수업 38시간 중 금요일 수업은 1시간, 통계학과와 전자공학과 등을 포함 금요일에 전공수업이 없는 학과도 7개나 된다.

다른 학교도 비슷하다. 금요일에 개설된 전공수업의 비율은 10% 전후. 경북대 윤정주씨(국어교육·06)는 “금요일에 전공 수업이 있어도 주로 강사의 수업인 경우가 많고 수강신청이 끝난 뒤 교수가 편의상 임의로 금요일에서 다른 요일로 수업을 변경하기도 한다”며 금요일을 기피하는 풍토에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대학가의 ‘주4일제’가 학교쪽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들도 금요일 수업 신청을 잘 하지 않고, 교수들도 되도록 주말과 연이어 쉬길 원하기 때문에 금요일 수업을 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학생과 교수 모두의 기피가 금요일 수업 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요일 학내 문화는 점점 그 입지가 축소돼 간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총학생회 정책국장 이시영씨는 “금요일엔 수업이 별로 없어 학생들도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다”며 “총학생회 행사도 학생들의 호응도를 고려해 금요일은 피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총학생회 기획국장 곽진준씨도 “금요일이면 집이 먼 학생들이 귀가해 학교가 텅 비어 행사를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요일부터 한산해지는 대학교. 학생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 ‘‘프라이데이 나잇’보다 ‘썰쓰데이 나잇’이 놀기엔 더 좋아’라고 말하는 ㄴ씨(계명대 교육학과 05). 최근엔 영화 개봉도 목요일에 많이 하는 추세인데다, ‘썰쓰데이 나잇’이 북적대지 않고 여유있게 놀 수 있어 좋단다. 긴 주말이 취업준비에 좋다는 이도 있다. 한양대 ㄷ씨(경영·03)는 “2학기째 금요일 수업을 없애고 일주일에 4일만 학교 수업을 듣는다”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토플 학원 수강 등 취업과 관련된 준비를 한다”고 ‘주4파’ 예찬론을 폈다.

0교시부터 10교시까지, 토요일까지 꽉꽉 들어찬 시간표를 고등학교 땐 잘도 견뎌냈는데, 이젠 오전과 오후에 수업이 하나씩 있기만 해도 한숨을 푹푹 쉬는 대학생들. 이제 금요일 수업도 못 듣겠다? 학생 개인의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겠다는 것은 말릴 바 아니지만 아예 선택할 수 있는 수업조차 없어진 현실은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정소진/<연세춘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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