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학점 경쟁보다 치열한 수강신청 전쟁…

등록 2006-08-29 17:45수정 2006-08-30 15:28

배현아/<덕성여대신문>기자
배현아/<덕성여대신문>기자
한숨으로 시작하는 새학기 대략 난감
대학별곡 /

오전 8시 눈을 뜨자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눈곱이 앞을 가려도, 졸음이 쏟아져도 어쩔 수 없다. 학교 홈페이지의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 슬슬 작업에 착수한다. 잔여석이 적은 과목을 신청 우선순위에 두고, 원하는 과목이 몇 번째 줄에 써 있는지 철저히 조사한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휴대폰 시계를 바라보는 마음은 ‘급초조’해진다. 드디어 9시. 으악, 전쟁 시작이다.

수강신청은 나 자신과 보이지 않는 ‘너’와의 싸움. 초를 다투는 승부다. 인기 교양과목이나 타과생들이 많이 듣는 전공과목은 30초 안에 당락이 결정된다.

며칠 전 개인 사정으로 한 시간 늦게 신청을 한 조한영(공주대 환경교육 2)씨. “낭패를 당했다. 들으려던 과목은 이미 수강인원이 다 차 있었고, 차선으로 선택한 과목은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나마 신청한 과목도 억지로 짜놓은 것으로 아직 6학점을 채우지 못했다”며 “수강정정 기간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강송희(경희대 한국무용 2)씨는 수강신청 기간에 필리핀에서 단기어학연수 중이었다. 강씨는 “친구들에게 부탁할까 했지만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직접 했다”며 “한국 친구의 노트북을 빌려서 했는데 인터넷 속도가 무척 느려 고생했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교직과목을 많이 신청한 본인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느려터진 인터넷과 시차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고. 강씨는 “한 과목이라도 신청에 실패할까 종일 긴장해야 해 수강신청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럼에도 길은 있다. 지금부터 수강신청 전쟁통에서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게 하는 비법들이 펼쳐지겠다.

신청 때 과목 코드번호를 써야 한다면, 빨리 쓰는 것이 장땡. 초고속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컴퓨터 메모장에 희망 과목의 코드번호들을 써놓고 신청 때 붙여넣기를 한다. 또 하나는 실전 대비 코드번호 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후자가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게 후문. 조씨는 “전날 친구들과 타자 연습을 한 뒤 단체로 피시방에서 수강신청을 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1차 공격이 실패하면 필살기를 시도한다. 일단 마우스 커서를 해당 과목란에 맞춘다. 그리고 엔터키 위에 드링크 병을 올려놓는다. 그럼 연신 클릭되어 언젠가는 신청이 된다. 99.9%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최고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이도 안 되면 괜찮다 싶은 차선과목을 신청하는 것도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처럼 피 튀기는 수강신청 열의로 인해 종종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적지 않아 대학 당국을 긴장시킨다. 남서울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웹 애플리케이션 가속 스위치를 도입했고, 전북대는 2·3·4학년이 함께 신청하는 대신 학번 뒷자리를 홀짝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날에 신청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방학이 뉘엿뉘엿 저무는 요즘. 수강신청 성공자와 낭패자 모두 쓰디쓴 웃음을 지을 뿐이다. 성적에 취업에 치여 사는 대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은 치열한 경쟁이자 스트레스의 ‘원동력’이기에. 게다가 2차 수강신청 전쟁을 치러야 하는 대략 낭패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한숨으로 둘러싸여 있다. 휴, 누가 우리 좀 구원해주실 수 없나요? 오, 주여.

배현아/〈덕성여대신문〉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