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소속 대학생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고 생활비 부담을 호소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대학들의 잇단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대학생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 탓에 하루에 1만원만 지출하는 ‘만원 챌린지’까지 유행하는 상황에서, 등록금마저 오르면 생활비 압박이 더욱 커진다는 우려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2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들은 물가 인상에 따른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며 “정부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월세와 난방비 등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을 수 없을 만큼 생활이 빠듯해졌다며 이런 가운데 들려오는 등록금 인상 소식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서울교대 재학생인 이혜진씨는 “지난겨울 식비를 줄이려고 ‘만원 챌린지’를 해봤다”며 “한 끼는 도시락을 챙겨서 다니고 다른 한 끼는 비교적 값이 싼 분식집에서 해결해 총 두끼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점심에 카페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저녁 한 끼만 먹는 날이 많다”며 “대학생들도 식비 부담 없이 하루 두끼라도 건강하게 먹고 싶다”고 말했다.
건국대 재학생 김민경씨는 “올해 초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신청했고 바쁜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수업을 빼고 일정을 정리해가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후배에게 커피 한 잔 사주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이제 등록금까지 인상될 수 있다니 그 금액은 또 어떻게 감당할지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전대넷이 지난 5∼11일 전국 48개 대학 재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물가 인상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95.1%가 ‘그렇다’고 답했다. 물가 인상으로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으로는 56.1%(1164명)가 ‘식비’를 꼽았고 등록금이 15%(312명)로 2위였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인식하는 학생은 52%(1084명)로 절반 이상이었고,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90.6%(1881명)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김서원 전대넷 의장은 “교육부와 대학본부는 등록금 문제를 대학생 개인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현재 교육부의 등록금 억제정책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동결을 유도할 추가적인 지원이나 등록금 인상 시의 제재 등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발표를 보면, 4년제 대학 191곳 중 8개 국공립대학과 4개 사립대가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의 등록금 억제책이 갖는 효과가 떨어진 영향이다. 국가장학금Ⅱ 유형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지원돼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는데, 물가 상승으로 등록금 인상률의 법정 상한선(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도 4.05배까지 오르면서 등록금을 올리는 게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받는 것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흐름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추가적인 등록금 억제 대책을 내놓진 않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