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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집단폭행·안티카페…선 넘은 ‘초딩 폭력’

등록 2006-11-13 19:34수정 2006-11-13 22:13

초등학생 학교폭력
초등학생 학교폭력
피해 경험자자 18% > 중학생 17%
문제아 아닌 우등생 가해자 많아져
‘왕따’ 분노 쌓여 흉기로 보복도
“학교수업서 의사소통법 교육을”
지난 7월 유서를 든 서울 ㄷ초등학교 5학년 ㄱ아무개양이 학교 옥상으로 울며 올라갔다. ㄱ양은 3월 이후 거의 날마다 학급회장에게 뺨을 맞고 책가방을 짓밟혔다. 학급회장의 부추김을 받은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너처럼 쓰레기 같은 건 왕따를 당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목을 졸리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평소 문제가 생기면 일방적으로 ㄱ양을 탓했다. 부모에게도 고통을 털어놓지 못한 ㄱ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 것이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교사에게 발견돼 ‘큰일’을 막을 수 있었다.

서울 ㄱ초등학교의 ㅇ아무개군은 지난해 시험에서 반 1등을 하자, 이를 시기한 학급회장이 인터넷에 ‘안티 ㅇ군 카페’를 만들었다. 이 학급회장은 반 친구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ㅇ군의 일과를 일일이 공개하고 그를 욕하고 험담하는 친구들에게는 회원 등급을 올려줬다. 이런 짓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ㅇ군은 한동안 인터넷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꺼리는 증상을 겪어야 했다.

최근에도 초등학교 어린이가 동급생들로부터 폭행당한 뒤 가출했다 사흘 만에 돌아온 사건이나 학교 복도에서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흉기로 세 차례나 찌른 사건 등 끔찍한 초등학생 학교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초등학생 비율(17.8%)이 중학생(16.8%)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올해 전국 3910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재단 이정희 상담원은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가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이 저연령화하고 과격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의 곽금주 교수는 “요즘 초등학교 폭력의 특징은 가해 학생이 공부도 잘하고 반에서 인기도 있는 ‘실세’ 아이들이라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피해 학생의 호소가 담임교사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예방이 힘들고, 다른 아이들도 실세 집단에 끼고 싶어 쉽게 폭력에 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한 ‘사각지대’였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 교원 및 퇴직 경찰관 등을 배치하는 ‘스쿨 폴리스’ 제도는 초등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 ㅇ초교 신아무개 교사는 “학생들이 많고 교사들의 잡무도 너무 많아 학교폭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며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학교폭력 예방보다는 (폭력이 발생한 뒤의) 신고요령 등 책임회피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장은 아이가 다치면 응급처치만 하고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해, 되레 학교폭력에 민감한 교사들이 고립되는 게 학교 현장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학교폭력대책팀 박정희 연구관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고 상담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음해부터 모든 교사들에게 연간 30시간씩 상담 연수를 받도록 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부모가 ‘너는 왜 매일 당하기만 하느냐’는 식으로 꾸짖는 경우도 있는데, 미리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피해를 당했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부모 교육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 교육청마다 상담교사가 1~2명씩 배치돼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도 올해 제작된 1시간짜리 동영상물이 전부다.

곽금주 교수는 “초등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어른이 돼 범죄자가 된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며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 등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신재 전진식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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