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침 서울 서초구 카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한승헌 변호사의 발인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제겐 변호인이시자 대학원 교수님이시기도 했어요. 각종 사건·사고 속에서 고인과 함께했던 지난 30년이 한순간 같아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항상 아버지처럼 모셨기에 가족같죠.”
25일 한승헌 변호사의 발인에 참여한 임수경 전 의원은 고인을 추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임 전 의원은 “한 변호사님은 제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방북한 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를 맡아주시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며 “고인께서 워낙 격의 없이 대해주셨기에 함께 길을 걸어왔던 여러가지 추억이 새록새록하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생전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이 사건은 남북 분단 상황으로 말미암아 생긴 ‘범죄’들”이었다며 “임수경씨와는 법정에서는 변호인으로, 학교(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는 교수로, 그리고 결혼식에서는 주례로 인연을 이어 나갔다”고 회상한 바 있다.
25일 아침 서울 서초구 카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한승헌 변호사의 발인식에서 조문객들이 헌화 묵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날 아침 6시50분 가족과 친지 40여명이 한승헌 변호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모였다. 고인에게 도움을 받았던 ‘피고인’들도 자리해 고인을 추모했다. 지난 1971년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간첩단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받다 스스로 분신을 시도했던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는 “고인과는 분신을 시도한 후 실려 간 응급실에서 처음 만났다. 변호사 접견으로 오신 한 변호사님을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인사를 드렸었다”며 “오늘 고인을 보내드리며 벌써 50여년이 다 된 옛날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고인이 본인의 ‘평생 후원회장’이었다고 말한 장영달 전 의원은 “고인은 제 평생의 스승님”이라며 “유머가 풍부하셨지만, 일에 들어가면 항상 빈틈이 없어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장례 기간 동안 찾아와 위로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인의 차남인 한규무 광주대 교수는 “모든 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드린다”며 “후손들도 아버님의 발자취에 부끄럽지 않게 약자 편에 서서 도우면서 살아가고, 많은 분들께 진 마음의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발인과 화장이 끝난 뒤 운구 차량은 장지인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로 향했다.
25일 아침 서울 서초구 카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한승헌 변호사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5일 아침 서울 서초구 카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한승헌 변호사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