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공시’ 알고서도 계속 사들여
함께 골프…폭락주식 매도 멈춰
함께 골프…폭락주식 매도 멈춰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잇따라 4차례 매도하다 중단한 시기와, 김평우 교직원공제회 이사가 유원기 영남제분 회장 등과 골프를 함께 친 시기가 겹쳐 의혹을 낳고 있다.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로비 차원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교직원공제회 쪽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진다.
김 이사장은 9일 “지난해 10~11월 2~3차례 유 회장 등과 골프를 쳤다”고 시인했다. 이때 교직원공제회는 잇따라 영남제분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었다. 2005년 10월17일 3만주로 시작해, 11월15일 23만2천주까지 주가 그래프가 정점을 찍을 때 4차례에 걸쳐 37만5천여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11월23일 주가가 5600원으로 뛰는 지점에서부터 한달만에 3465원까지 떨어지는데도 매도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매매 없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영남제분의 9일 현재가는 2865원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때문에 20억여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손절 시점을 놓쳤을 수도 있으나 최초 매입가 2464원에 견줘 충분히 이익이 났기에 분할매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보유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도해 평가차익 실현했다면 영남제분 주가가 더욱 곤두박질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남제분과 함께 교직원공제회가 투자를 개시했던 유진기업, 하림에 대한 투자 행태와 사뭇 다르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5월 6차례 매입 끝에, 같은해 7월 3차례 매도를 거쳐 모두 팔아치웠다. 거래부진을 이유로 발빠르게 대응했던 것이다. 하림의 경우, 5~10월까지 6차례 매입한 뒤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영남제분 주식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28차례 매입, 6차례 매도하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2~3차례 골프를 친 뒤에야 유 회장이 영남제분 회장인 것을 알았다”며 “유 회장을 알고 난 뒤에도, 영남제분 주식 매도 중단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혹을 해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골프 모임의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이재윤 교직원공제회 자금운용부장은 “11월15일에 마지막으로 팔고 나서 주가가 떨어져서 보유하고 있다”며 “영남제분은 중소형 우량주이며, 교직원공제회는 배당이 높은 주식을 우선한다”고 말했다.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 “중소형 우량주 투자하라 지시”
이재윤 자금운용부장 “영남제분 투자 부장 전결사항”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사진)은 9일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영남제분 주식 투자와 관련해 자신은 주식매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김 이사장은 “내가 (2004년 9월) 부임했을 때 채권 위주로 투자하고 있어 주식 투자를 늘리고, 중소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라며 “영남제분 주식매입은 자금운용부에서 검토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10~12월 2~3차례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등 8명이 두 팀을 이뤄 골프 모임을 가졌으며, 그 때 류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골프모임을) 누가 주선하고, 함께 쳤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류 회장과 친분도 없었고, 골프를 친 뒤에야 류 회장이 영남제분 회장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다만 골프를 친 이들은 부산지역 경제계 인사들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최초의 골프 주선자가 공직자이거나 경제인이냐는 물음에는 “누군지 답변하지 않겠다”고 거부해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 이 차관이 김 이사장과 류 회장이 아는 사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그는 “부산교육청에 오래 있다 보니 잘 알고 있지 않겠나, 하고 말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김 이사장은 이 차관과의 관계를 묻자 “가까운 사이로, 공직에 있으면 다들 그렇다”면서 “이 차관이 한번 공제회가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 문제로 곤란할 때 도와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윤 자금운용부장(사진)은 “김 이사장이 지난해 3월께 중소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라고 지시했고, 자금운용부에서 종목을 골랐다”며 “영남제분 투자는 부장 전결 사항으로 이사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제분의 주가조작 사실을 미리 알고도 주식을 매입한 것은 내부 투자지침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5월 최초 투자 후 9월에 주가 조작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 조작 사실을 알고 난 뒤인 9~10월 주식 매입이 이어진 것과 관련해선 “매매 시점에만 주가 조작 사실이 없으면 된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또 내부 투자지침에 정확히 어느 시점까지 주가 조작 등을 파악해야 하는지 나와 있지 않다면서도, 지침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11월 영남제분 주식의 매도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는데도 팔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주가가 계속 떨어져 차익을 실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 “중소형 우량주 투자하라 지시”
이재윤 자금운용부장 “영남제분 투자 부장 전결사항”
김평수 이사장(좌), 이재윤 부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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