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법농단이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2011년 9월~2017년 9월) 사법부 행정 업무를 맡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서 일하게 된 이탄희 당시 판사가, 판사들의 사법 개혁적 학술대회를 저지하라는 업무 지시를 거부하면서 ‘판사 뒷조사 문건’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세 차례의 법원 내부 진상조사(2017년 4월, 2018년 1월·5월)가 진행됐고 검찰 수사로 2018년 11월~2019년 3월 전·현직 판사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법원은 변했을까? 이 의원은 “재판 독립을 위해 법원 운영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을 택해야 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반대 길을 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법원장 추천제와 고등부장 승진제도 폐지와 같은 성과도 있었다.
“법관들을 줄 세우고 관료화시키는 도구를 제거한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법관 독립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효용을 실감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야 했다. 사법행정위원회뿐 아니라 예를 들어 법관징계위원회에 변호사, 시민,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 재판 절차에서도 녹음·녹화를 확대한다든가,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해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이탄희 의원은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사법행정 총괄 조직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고 위원 9명을 법무부·법관대표회의·대한변협·국회에서 추천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폐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사법행정권을 법관이 아닌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위원회로 넘기는 것은 위헌이라며 반대한다.
―사법행정에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법농단의 최대 피해자는 재판받은 당사자들이다. 재판의 독립은 재판하는 법관이 아닌, 재판받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참여하는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재판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극단적인 배신감’을 이야기한다. 법정에서는 양쪽 당사자가 동등하게 대우받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법관에게 (법원행정처가)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법농단이 밝혀지고 나서도 당사자들은 다시 재판받지 못했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재판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동안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많이 돌아가셨다. 회복이 불가능하다.”
―사법농단 사태가 법원에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사법농단 사건으로 법관들은 ‘청와대나 국회뿐 아니라 법원 내부에도 재판 개입 세력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교훈이 법원에 정착될지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오는 9월 대법원장 교체 이후 법원이 보수화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재판 독립’이라는 가치가 칼끝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행정은 시민의 참여를 차단해버린 시스템이기에 어떤 대법원장이냐에 따라 재판 독립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법관들이 시험대에 섰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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