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선씨가 지난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씨가 범행 한달 전 ‘홍콩 묻지마 살인’ 등의 단어를 인터넷 검색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계획된 모방범죄 가능성을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7일 올해 1월1일부터 현재까지 조씨의 포털 검색기록을 분석한 결과, 범행 한달 전인 지난달 초 조씨가 ‘홍콩 묻지마 살인’, ‘정신병원 강제입원·탈출·입원비용’ 등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기록엔 범행과 관련한 검색어가 발견되지 않았다.
‘홍콩 묻지마 살인’은 지난달 2일(현지시각)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30대 남성이 흉기로 20대 여성 두명을 수십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경찰은 조씨가 이를 모방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조씨로부터 “범행 전 살해 방법과 급소, 사람 죽이는 칼 종류 등을 검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실제 조씨는 살인 방법을 검색한 기록 발각이 무서워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의 휴대전화 검색기록은 범행 하루 전날인 지난 20일 오후 5시58분께부터 확인이 가능했고, 그전 사건과 관련된 검색기록, 통화기록, 메시지 및 사진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경찰은 정신병원 관련 검색기록에 대해서도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조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지속해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3년부터 범행 당일인 지난 21일까지 조씨의 정신질환 치료 경력을 제출받아 확인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 이러한 단어를 왜 검색했는지 등 사건과의 관련성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며 “현재 조씨는 그런 검색을 한 것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는 28일 오전 조씨를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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