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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잡종지로 써 농지법 위반 아니다?…세 번 반박된 이균용의 해명

등록 2023-09-18 14:33수정 2023-09-18 20:33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61)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9~20일 열린다. 이 후보자를 둘러싸고 △땅 투기 및 농지법(농지개혁법) 위반 △비상장주식 및 자녀 해외재산 신고 누락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의혹 △성인지 감수성 결여 판결 등 여러 의혹과 자질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잇따른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선 “지목은 논이었지만, 논이 아닌 잡종지로 사용됐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런 법 해석을 들고 나온 건, 이 후보자의 땅이 등기부등본상 ‘답(논·농지)’임에 분명하고, 이 후보자가 당시 농지 구입 조건을 갖추기 못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주장과 반대되는 대법원 판례, 주무 부처 및 관할 구청의 해석 등이 드러나고 있어 이 후보자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 서울 살면서 부산 ‘논’ 구입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해인 1987년 12월31일 부산 동래구 명장동 530-2번지 땅을 장인과 처남 등 3명 등과 함께 지분 4분의 1씩 나눠 구입했다. 해당 땅의 지목은 ‘답’으로 벼 등의 식물을 재배해야 하는 농지였다. 1988년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농지 투기를 막고자 농지매매증명제도 운영을 강화하고 통작거리와 사전거주기간 제한을 뒀다. 농지를 구입하려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가능한 범위인 약 4㎞이내에 최소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농지 구입 당시 이 후보자는 부산이 아닌 서울에 거주 중이었다.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땅의 용도를 뜻하는 ‘지목’이 아니라 실제 경작 여부인 ‘현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득 당시 지목은 ‘답’(논)이지만, 당시 현황은 농지가 아닌 잡종지였기 때문에 농지 관련 법령 위반은 없었다”며 “당시 법령에 다 맞게 행동하고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법 위반이 없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검증이 이어질수록 모순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 이균용 후보자 판결로 반박된 해명

우선 이 후보자는 ‘취득 당시 잡종지처럼 쓰여 법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이 후보자 스스로도 과거 판결에선 땅의 기능이 농지로 회복될 수 있다면 농지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2011년 서울고법 민사26부 재판장이었던 이 후보자는 “지목(땅의 용도)이 전(밭)인 토지의 경우에, 농지로 쓰이지 않더라도 그 변경 상태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농지로서의 원상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면 그 토지는 여전히 농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옛 농지개혁법에 따르면 어떤 토지가 ‘농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토지의 사실상의 현상을 기준으로 정해야 하지만, 이 같은 현황주의를 철저하게 하면 실력으로 비농지를 만들어 국가의 농업정책에 파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 후보자가 땅의 상태에 따라 농지가 아니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 이 후보자는 쓰레기가 매립돼 있어 농지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땅에 대해 “농지로서의 현상을 상실했고 그 상실 상태도 일시적이라고 볼 수 없어 이를 농지법에서 정한 농지라고 할 수 없다. 이 토지에 농지법이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판결대라도 이 후보자의 부산 땅은 농지로 볼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의 국토정보 플랫폼 항공사진을 보면, 1996년 해당 땅은 허허벌판으로 농지로 원상회복이 불가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관할구청도 “땅 지목 변경된 적 없다”

관할 구청이 해당 땅을 농지로 간주한 정황도 확인됐다. 5일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2013년 ㄱ건설사에 땅을 매각했는데, ㄱ건설사는 2015년 1월16일 ‘농지전용 허가’를 얻어 이 땅을 ‘대지’로 변경하고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ㄱ건설사는 농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할 때 부과되는 부담금인 ‘농지전용 부담금’을 7600여만원 내고 이후 4900여만원을 환급받았다. 이 후보자는 농지로 볼 수 없는 땅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관할구청인 부산시 동래구청은 농지로 판단한 것이다.

땅을 매각하기 전 이 후보자는 해당 땅을 “장인이 자동차운전면허학원과 부대시설로 실제 이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런 해명으로 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땅을 상업용으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산시 동래구청은 이 후보자가 보유하던 동래구 명장동 530-2번지 농지에 대해 이 후보자가 보유하던 기간에 농지전용(농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 허가를 내준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해당 없다”고 답했다.

■ 농림부도 “지목이 농지면 농지”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해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판단과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한겨레가 받은 자료를 보면, 농림부는 ‘지목이 농지지만 잡종지로 쓰면 잡종지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현행법상 지목이 전·답·과수원인 경우에는 농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농지를 잡종지로 쓰면 잡종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농림부는 “(농지법에 따라)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농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으면 농지처분의무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농림부의 이런 답변은 농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실제 경작 여부인 ‘현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따라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 이 후보자의 해명과 배치된다.

농지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실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농지법 위반 의혹에 휩싸인 고위공직자 후보들 가운데는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한 사례가 적잖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박은경 후보자는 불법 농지 취득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이었다는 해명을 하다가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하고 사퇴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부산시 동래구의 농지와 부인이 주변에 소유한 6개 필지를 팔아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 부부가 소유했다가 판 땅 7필지는 1년여 뒤 2015년 1월 ‘명장동 동일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편입돼 702가구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다.

이정규 jk@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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