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김도치 선생의 손자로 특별귀화한 김봉수씨 가족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구로동 월셋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아들 욱동군이 어머니 정춘애씨의 다리를 베고 엎드려 있다. 김씨는 최근 당뇨로 일을 쉬고 있고 부인 정씨는 새벽에 식당일을 나간다. 태극기는 귀화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직접 김씨에게 전달한 것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외 독립유공 후손 33명 ‘특별귀화’ 8개월째 ‘극빈’ 내몰아
지난해 대대적 환영식…현재는 막노동에 극빈층
보훈처 ‘유족 입증근거 더 필요’…정착금 못받아
지난해 대대적 환영식…현재는 막노동에 극빈층
보훈처 ‘유족 입증근거 더 필요’…정착금 못받아
“누가 안부를 물어봐준 게 처음”이라며 입을 연 지 10분도 채 안 돼 흐느끼기 시작했다. 김광숙(54·여)씨는 “가뜩이나 일 구하기 어려운데 몸이 아파 먹고살기가 참 많이 곤란해 …”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1919년 경북 영덕에서 3·1 만세 운동을 조직하고 경찰서를 습격한 할아버지 김도치(1874~1927) 선생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아버지까지 스물셋에 무슨 청년단인가 해서 순사들한테 쫓기니까 할머니가 3년만 중국에서 피신하고 오랬는데 그 길로 영영 중국 사람 됐지요, 뭐!”
정부는 지난해 7월18일 김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의 ‘특별귀화’를 발표하면서 환영식까지 열었고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 김씨에게 남은 건 당시 선물받은 태극기와 한 달 수입 40만원, 일도 할 수 없는 중증 당뇨, 그리고 두 달째 내지 못한 건강보험 청구서 두 장(2만원 상당)뿐이다.
지난해 7월 특별귀화한 재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정 처리로 8개월째 정착금 등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극빈층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는 보훈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이들을 재외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인정해 ‘특별귀화’를 시켰으나 이들이 귀국하자 보훈처는 유족 입증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정착금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당시 들어온 18가구 가운데 15가구가 3대 이내의 후손으로 정착금 지원자격을 갖췄지만, 귀화에서 정착금을 받기까지 사실상 보훈처의 비슷한 심사를 세차례나 되풀이하며 지연되는 것이다.
특별귀화자들은 연합 의병대를 이끌고 ‘서울 진공작전’을 펼쳤던 왕산 허위(1854~1908·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서), 김좌진 장군과 함께 만주 무장항일 투쟁을 이끌었던 김규식(1880~1931·63년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선생 등 항일 독립유공자 11명의 후손들이다.
<한겨레>가 이들 33명 가운데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한 16가구 27명의 국적 취득 후 삶을 추적한 결과, 정착금 지원은 물론 기초생활보장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막노동 등으로 극빈층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표 참조)
정원미 국가보훈처 사무관(공훈심사과)은 “당시 특별귀화자 가운데 지난달 말 허위 선생의 손자 2명이 유족 등록을 완료했다”며 “그러나 정착금을 받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고 26일 밝혔다. 김진성 법무부 국적난민과 계장은 “특별귀화 때 자격심사는 보훈처에 의뢰해 회신된 결과가 절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국 국가보훈처 공훈심사과장은 “법무부의 자격심사에는 보훈처가 의견을 주는 선이지만 이후 변수가 많든 적든 일단 심의한 것을 다시 심의한다는 것에 대해선 이중 부담을 줄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행정 잘못을 인정한 뒤 “2005년 정착금 지급 범위가 확대되기 전까진 지급 건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안 됐는데 이젠 많아지고 있어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최원형 수습기자 imit@hani.co.kr
특별귀화자 27명의 직업
정원미 국가보훈처 사무관(공훈심사과)은 “당시 특별귀화자 가운데 지난달 말 허위 선생의 손자 2명이 유족 등록을 완료했다”며 “그러나 정착금을 받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고 26일 밝혔다. 김진성 법무부 국적난민과 계장은 “특별귀화 때 자격심사는 보훈처에 의뢰해 회신된 결과가 절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국 국가보훈처 공훈심사과장은 “법무부의 자격심사에는 보훈처가 의견을 주는 선이지만 이후 변수가 많든 적든 일단 심의한 것을 다시 심의한다는 것에 대해선 이중 부담을 줄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행정 잘못을 인정한 뒤 “2005년 정착금 지급 범위가 확대되기 전까진 지급 건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안 됐는데 이젠 많아지고 있어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최원형 수습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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