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췌한 신씨 “물의 일으켜 죄송”
법원의 신정아(35)씨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은 이날 밤 긴급 회의를 연 뒤 “사법의 무정부 상태” 등 격렬한 표현으로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검은 18일 밤 9시30분부터 11시께까지 정동기 차장 주재로 이귀남 중수부장과 송해은 수사기획관, 김경수 홍보기획관, 김강욱 중수2과장 등이 회의를 열었으며, 서울서부지검도 김수민 검사장 주재로 차장, 모든 부장, 수사검사들이 회의를 열었다.
회의 뒤 검찰은 ‘신정아 사건 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란 문건을 통해 “이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얽혀 있는 사건”이라며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하여 이치에 닿지 않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수많은 의혹의 실체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무시하는 것으로, 사법의 무정부 상태를 야기하는 무책임한 처사라 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문건은 이어 “이는 결국, 사법정의 실현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구속제도 자체의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속영장이 기각된 신정아(35)씨는 이날 밤 10시10분께 헝클어진 머리와 초췌한 표정으로 서울서부지검 현관을 나서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은색 운동화와 청바지, 옅은 노란색 웃옷 차림의 신씨는 청사 현관에서 잠시 멈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신씨는 “검찰 수사에 열심히 응하겠다”고 답했으나, 혐의 시인 여부와 <문화일보>의 알몸사진 보도에 대한 대응 방침 등을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답변하지 않았다. 이어 신씨는 곧바로 변호인인 박종록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 올랐다. 신씨는 뒤따르는 취재진을 따돌리느라 1시간 가량 서울시내를 돌다가 천호동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앞서 신씨는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이에 대해 박종록 변호사는 “본인 주장을 검찰 쪽에 다 전달했고, 검찰 수사에도 큰 불만이 없으며, 증거도 다 제출했다”며 “법정 공방을 다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주고받은 연서의 내용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런 건 아닌 듯하다. 본인도 ‘사랑하는 후배에게’라는 표현 외엔 공개돼도 부끄러운 게 없다고 하더라. 관료로서 미술을 이해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니까 고맙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기태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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