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다발이 들어있던 상자에 ‘이용철(5)’라고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고(왼쪽 사진), 상자 안에는 1만원권으로 100장씩 묶은 다발 5개가 들어 있었다. 2004년 1월 이용철 변호사에게 전달된 상자에서 나온 만원짜리 현금 묶음 띠에 서울은행(B1) 분당지점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가운데 사진). 오른쪽 사진은 상자에 붙어있던 이경훈 삼성전자 상무 명의의 명함. 참여연대 제공
이용철 전 청와대비서관 ‘삼성 뇌물’ 폭로
2004년 삼성 대선자금 차떼기 수사중일때 제공
돈상자에 숫자 ‘5’… 분류 작업 한꺼번에 한듯 삼성이 정부 차원의 부패 방지를 담당하는 청와대 비서관에게까지 뇌물을 제공하려 했다는 이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 변호사의 증언은 청와대·검찰·국세청 등을 상대로 전방위 금품 로비를 했다는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증언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김용철 폭로에 이은 ‘제2의 삼성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권력 핵심에 로비=이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가 되돌려줬다고 밝힌 2004년 1월은 그가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법무비서관 업무까지 총괄하게 된 직후다. 민정수석 산하 법무비서관은 범국가 차원의 반부패 시스템 구축 및 제도 개혁을 주된 업무의 하나로 맡고 있었다. 이 변호사도 이 대목에서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 변호사가 법무비서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자, 삼성이 접근을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일수록 우선 관리 대상”이라거나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은 청와대 사정비서관 시절부터 삼성 관리 대상이 됐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과도 닿아 있다.
이 변호사의 진술 내용을 보면, 그에게 돈을 건넨 삼성전자 법무팀 소속의 이경훈 변호사도 실제 ‘명절 선물’의 내용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또는 그룹 차원에서 명절 선물을 보내는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상자와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떡값’을 보내는 방식인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운동 기자회견] ‘떡값 돈’ 500만원, 제공자 명함, 발송장 등 증거 뚜렷
[%%TAGSTORY1%%]
■ 전방위 로비 짐작 가능=이 변호사는 “삼성에서 보내온 선물을 뜯어보니 책으로 포장된 현금 다발 500만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김 변호사가 밝힌 삼성의 뇌물 액수 및 전달 방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 변호사는 “현금을 시디 케이스로 포장하면 300만원, 월간지로 포장하면 500만원이 들어가는 등 전달하는 돈의 단위별 포장 방법도 따로 있다. 설 명절 때 관리 대상자에게 보통 500만원을 전달하는데, 더 중요한 인물에게는 1천만원 또는 2천만원까지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비서관이 공개한 전달 경위 또한 “삼성의 뇌물 관리 주체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 관재파트와 법무팀이며, 계열사별로도 각자 리스트에 따라 로비를 펼친다”는 김 변호사의 설명과 아귀가 맞는다. 이 전 비서관에게 전달된 돈 상자에 붙어 있는 ‘이용철(5)’이라고 적힌 메모지도 주목된다. 메모지에 적힌 ‘5’는 뇌물 액수가 500만원이라는 뜻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삼성이 다수의 사람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작업을 한꺼번에 진행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 한 사람에게만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굳이 이 변호사 이름과 뇌물 액수를 구분하는 표시를 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돈상자에 숫자 ‘5’… 분류 작업 한꺼번에 한듯 삼성이 정부 차원의 부패 방지를 담당하는 청와대 비서관에게까지 뇌물을 제공하려 했다는 이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 변호사의 증언은 청와대·검찰·국세청 등을 상대로 전방위 금품 로비를 했다는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증언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김용철 폭로에 이은 ‘제2의 삼성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뇌물 전달 관련 김용철-이용철 변호사의 증언 비교

■ 전방위 로비 짐작 가능=이 변호사는 “삼성에서 보내온 선물을 뜯어보니 책으로 포장된 현금 다발 500만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김 변호사가 밝힌 삼성의 뇌물 액수 및 전달 방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 변호사는 “현금을 시디 케이스로 포장하면 300만원, 월간지로 포장하면 500만원이 들어가는 등 전달하는 돈의 단위별 포장 방법도 따로 있다. 설 명절 때 관리 대상자에게 보통 500만원을 전달하는데, 더 중요한 인물에게는 1천만원 또는 2천만원까지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비서관이 공개한 전달 경위 또한 “삼성의 뇌물 관리 주체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 관재파트와 법무팀이며, 계열사별로도 각자 리스트에 따라 로비를 펼친다”는 김 변호사의 설명과 아귀가 맞는다. 이 전 비서관에게 전달된 돈 상자에 붙어 있는 ‘이용철(5)’이라고 적힌 메모지도 주목된다. 메모지에 적힌 ‘5’는 뇌물 액수가 500만원이라는 뜻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삼성이 다수의 사람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작업을 한꺼번에 진행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 한 사람에게만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굳이 이 변호사 이름과 뇌물 액수를 구분하는 표시를 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