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일협정 체결 당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내용을 담은 1965년 외무성 문서의 표지.
45년간 숨겨온 외무성 문서 통해 드러나
일 법원 “청구권 소멸” 논리와 정면배치
* 개인청구권 : 징용·위안부 피해자
일 법원 “청구권 소멸” 논리와 정면배치
* 개인청구권 : 징용·위안부 피해자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한일협정) 체결 때 ‘국가간 협정을 체결한 뒤에도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일협정 체결 뒤 개인 청구권이 존재하는지를 두고 그동안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온 일본 정부의 최초 판단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겨레>가 14일 후지코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원단체를 통해 입수한 1965년 외무성 문서들을 보면, 당시 외무성은 “한일청구권협정 2조의 의미는 국제법상 국가에 인정된 고유한 권리인 외교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이고, 국민의 재산(개인 청구권)으로 국가의 채무를 충당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이 상대국 국내법상의 청구권을 갖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일본 정부가 한일협정문의 ‘모든 청구권 소멸’이란 표현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 징용 피해자의 개인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었음을 내비치는 것이다. 한일협정문에 관계없이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는 것으로 해석한 우리 정부의 옛 문서가 나온 적이 있지만, 일본 정부가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당시 외무성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서는 1965년 4월6일 작성한 ‘평화조약에서 국민의 재산 및 청구권 포기의 법률적 의미’, 1965년 9월1일 작성한 ‘일한 청구권조약과 재한 사유재산 등에 관한 국내 보상 문제’ 등 3건이다. 특히 ‘법률적 의미’를 담은 문서에는 ‘대외비’ 표시가 돼 있다. 한일협정문은 제2조에 “(협정) 체약국 및 국민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협정으로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민간차관 3억달러’를 받았다. 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1990년대까지는 협정문에 관계없이 개인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후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일본 법원도 한일협정에 의해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논리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