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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 제도도 성적순…다양한 인재 선발 먼 길

등록 2015-06-22 20:05수정 2015-06-24 10:12

로스쿨 도입 7년
② 공수표 된 다양화 약속
지난 7년간 로스쿨 합격자들의 배경(‘스펙’)을 종합해 보면, 특수목적고나 강남 3구 고교를 나와 명문대학을 졸업한 20대 초·중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법시험보다 더 ‘나은 제도’라며 도입한 로스쿨의 가장 큰 명분이 계층·지역·나이·전공 등의 다양화였는데, 현실은 딴판이라는 얘기다.

학부 성적·LEET·영어 점수로 뽑아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영향
‘입학생 정보 공개 강제 필요’ 지적

로스쿨의 ‘약속 위반’과 관련해, 내부에서는 경직된 선발 방식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성적은 조금 좋지 않아도 경력 있는 사람들을 뽑으려고 하면 입시 공정성이 논란이 돼 그렇게 하기 힘들다. 결국 학부 성적과 리트(LEET·법학적성시험)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로스쿨 교수도 “우리는 학부 성적을 중요하게 본다. 내부에서 리트, 학부 성적과 연관해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를 조사해 보니, 학부 때 성적이 좋은 사람들의 합격률이 대체로 높았다. 물론 다른 것도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지만, 학부 성적을 보면 성실성 등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점이나 리트, 영어 성적 등은 직장인보다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갓 졸업한 젊은 사람이 아무래도 낫다. 또 이른바 명문대 출신일수록 이런 정량화된 점수 획득에 강하다.

신호영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학점 좋은 사람들이 많아 4.0 이상이 몇백 명이 되면, 그 밑에 있는 사람까지는 순서가 오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는 경력이 훌륭해도 학점이 좋지 않으면 (좋게) 평가받을 수 없다. 한 마디로 학부 때 망친 사람은 로스쿨에 갈 수 없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학점과 법학적성시험 점수, 영어 성적을 중요하게 보니, 아무래도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로스쿨 1, 2기만 하더라도 나이가 좀 있고 사회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어 로스쿨 취지대로 갈 수 있다고 봤지만, 갈수록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불확실한 로스쿨에 오기를 꺼린다”고 했다.

로스쿨 출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1회 87.3%에서 2회 75.2%, 3회 67.6%, 4회 61.1%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해 로스쿨 합격생은 2000여명인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1500명 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5회까지 응시가 가능해, 탈락자들이 누적되면 합격률은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추세대로라면 장차 합격률은 40~5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들은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의식해, 시험에 능숙한 20대·명문대 출신 위주로 학생들을 뽑게 된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지식을 지닌 양질의 법조인을 만들기보다는 학교나 학생이나 합격률 제고에만 골몰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로스쿨이 ‘입시학원’처럼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면 입학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은 취약계층 5% 선발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며 이걸로 모든 책임을 다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계층 이동에서 로스쿨은 사시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는 제도인데도 실제로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 앞으로 그런 노력을 해야 하고,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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