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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로스쿨 도입 7년, 특성화 교육 한다더니…평균 폐강률 16%

등록 2015-06-22 20:17수정 2015-06-24 10:13

로스쿨 도입 7년
② 공수표 된 다양화 약속
‘2012~14년 특성화 과목 현황’ 보니
지난 1월16일 부산시 동래구 농심호텔에서 동아대·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최로 열린 ‘로스쿨생 취업박람회’에 입장하려는 로스쿨생들이 줄 서 있다. 부산/연합뉴스
지난 1월16일 부산시 동래구 농심호텔에서 동아대·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최로 열린 ‘로스쿨생 취업박람회’에 입장하려는 로스쿨생들이 줄 서 있다. 부산/연합뉴스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 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

2009년 발효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나오는 로스쿨의 교육이념이다.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가 만드는 획일화된 법률가가 아니라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갖춘 ‘전인적 법조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로스쿨 설립 명분인 ‘다양한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25개 로스쿨은 공익인권·기업금융·환경법·지적재산권 등 학교별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기로 약속했다. 7년이 지난 지금 특성화 교육은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질까? 안타깝게도 수업은 폐강되기 일쑤고, 수강인원이 전체 수강인원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25곳의 평균 폐강률 16% 기록
50% 넘는 곳도 2곳이나 나와
변호사 시험 매달려 학생들 외면
다양한 법조인 양성 취지 무색

전문성 갖춘 법조인 양성 취지 무색
“특성화 과목 학점
변호사 자격에 반영을”

2012~2014년 ‘학교별 특성화 과목 개설 및 폐강 현황’을 보면, 25개 로스쿨의 평균 특성화 과목 폐강률은 16% 수준이다. 폐강률이 50%가 넘는 곳도 2곳이나 됐다. 공익·인권이 특성화 분야인 영남대는 3년간 89개 특성화 과목을 개설했지만 57개가 폐강돼 폐강률이 무려 64%다. 25개 로스쿨 가운데 특성화 과목 수강 인원이 전체의 10%를 넘는 학교는 8곳에 그쳤다.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로스쿨들은 특성화 교육이 자리잡지 못한 이유로 변호사시험(변시)의 압박을 꼽는다. 신입생 유치 경쟁에서 변시 합격률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니, 시험 선택과목인 국제법·국제거래법·노동법·조세법·지적재산권법·경제법 등을 제외한 특성화 과목에 공을 들일 이유도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변시 합격에 목을 매는 로스쿨생들 역시 법학 전공 및 실무연습 과목에만 몰린다고 한다. 사법시험 자리를 변시가 대체했을 뿐, 차별성은 찾기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다.

이규호 중앙대 로스쿨(문화법) 교수는 “변시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 1, 2기 때에는 특성화 과목 수업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3기부터 합격률이 떨어지면서 수강생이 줄고 폐강 과목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로스쿨 출신의 한 로펌 변호사도 “변시에 낙방하면 어떤 처지가 될지 공포심이 컸기 때문에 특성화 과목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변시 합격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3년 안에 로스쿨별로 특성화 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제법무·공익인권·기업금융이 특성화 분야인 서울대는 총 수강인원 1만584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074명이 수강했다. 168개 특성화 과목 중 폐강 과목은 없다. 국제소송·지식·문화산업이 특성화 분야인 이화여대는 2012년부터 2014년 1학기까지 폐강률은 11% 수준이지만 전체 수강인원의 33%인 3111명이 특성화 과목을 수강했다. ‘변시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위권 로스쿨이기에 가능한 풍경으로 보인다.

지방에서는 특성화 교육이 설 자리를 더욱 찾기 힘들다. 동북아법이 특성화 분야인 전북대는 같은 기간 28개 특성화 과목 중 15개가 폐강됐다. 특성화 교육 수강생은 64명으로 전체 과목 수강인원 8933명의 0.7%에 불과했다. 폐강률이 낮은 학교도 특성화 교육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공익·인권이 특성화 분야인 전남대는 3년간 31개 과목이 개설되고 2개만 폐강됐지만, 전체 과목 수강인원 1만3756명 가운데 특성화 과목 수강인원은 879명으로 6.3%에 그쳤다.

지방 로스쿨들도 할 말이 있다.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2009~2013년도 법학전문대학원 학업 중단자 현황’을 보면, 비수도권 로스쿨 11곳의 5년간 자퇴·제적생은 214명(4.8%)이다. 로스쿨 ‘간판’을 바꿔달려고 재수나 반수, 편입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로스쿨들이 스스로 다양화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변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합격률을 높이면 지금도 변호사 숫자가 많다고 항의하는 법조계가 강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규호 교수는 “한국 사회는 ‘평균적’인 법조인이 너무 많다. 그들을 일렬로 세워서 1등을 가리기보다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성화 과목 학점을 변호사 자격을 따는 데 반영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환봉 이경미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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