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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희연 교육감, 1심 ‘유죄’ 뒤집은 2심…‘선고유예’ 왜?

등록 2015-09-04 20:00수정 2015-09-07 19:05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교육자치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지지자들과 함께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교육자치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지지자들과 함께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허위사실 공표 아닌 의혹 제기”…일부 무죄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것은 혐의사실 전부를 유죄로 봤던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조 교육감에게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 하한이 500만원 벌금형인 상황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되자 선고유예를 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인용하는 등 ‘고심’의 흔적을 드러냈다.

조 교육감의 혐의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선거 당시인 지난해 5월25일 “제보에 따르면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사실을 밝히라”고 기자회견(1차 발언)을 했다. 그날 오후 고 후보가 곧바로 “영주권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 해명하자, 조 교육감은 다음날 다시 인터넷·라디오방송 등을 통해 “고 후보가 몇년 전 공천 탈락 뒤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미국 가서 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는 발언(2차 발언)을 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는 1·2차 발언 모두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허위인 사실을 별다른 확인 노력 없이 의혹으로 제기한 것은 고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고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고승덕에 대한 1·2차 발언
2심 재판부선 쟁점 세분화
2차발언만 ‘허위사실 공표’ 인정

배심원단의 유죄 의견 뒤집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재판 1·2심 판단 비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재판 1·2심 판단 비교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조 후보의 1차 발언을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인지, ‘영주권을 보유한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인지로 세분해서 따졌다. 재판부는 “후자의 경우 제3자에 의해 영주권 보유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고 후보가 미 영주권 보유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으로, 허위사실 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고 후보가 해명을 했는데도 조 교육감이 2차 발언을 한 것은 허위사실이고 낙선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이렇게 해서 1차 발언은 무죄, 2차 발언은 유죄라고 결론을 냈다. 벌금도 1심의 절반으로 깎았다.

다만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행위가 무분별한 의혹제기나 일방적인 흑색선전에 해당하지 않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경고 처분에 그친 점을 들어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선고유예의 근거를 헌법재판소의 2009년 결정문에서 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인데, 앞은 허위의 인식이 없었고 이틀 뒤 한 발언은 허위의 인식이 있다고 한 것은 기교적으로 나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한 1심 결과를 일부 뒤집은 것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참여재판법에는 법관이 배심원 결정을 따를 의무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1년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결과를 뒤집고 유죄로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배심원이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해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함부로 뒤집을 수 없다”며 파기한 사례가 있다.

조 교육감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부분을 일부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명백히 반대되는 사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죄를 선고하려면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형사사법의 원칙에 비춰보면, 배심원의 유죄 판단을 무죄로 뒤집는 경우와, 무죄 판단을 유죄로 뒤집는 경우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조 교육감에게 선고유예 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6부는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을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법정구속했으며,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준 바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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