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포항시 북구의 ㅌ아파트 외벽 곳곳에 ‘X’(엑스)자 모양의 금이 가 있다. ㅌ아파트는 2014년 준공됐으며 ‘내진설계 1등급’을 받았다.
지진이 덮치고 간 경북 포항시 곳곳에서 ‘부실시공’ 의혹과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지은 지 3년밖에 안 되는 내진 설계 1등급 신축 아파트와 6년 된 빌라 등이 금이 가고 기우는 등 지진 피해를 입자, 입주자들은 불안에 떨며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정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포항시 북구의 21층 규모 ㅌ아파트 주민들은 19일 “지진이 난 15일 이래 닷새째 잠을 못 잘 지경”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ㅌ아파트는 2014년 준공해 내진 설계 1등급을 받은 신축 아파트다. 하지만 지진 이후 단지 내 아파트 외벽 전면의 3분의 2가량에 ‘X’(엑스)자 모양의 금이 갔다. 이 아파트 주민 박 아무개씨는 “신축 건물인데도 겉면 곳곳에 금이 심하게 가 부실시공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 사이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항시 관계자는 “ㅌ아파트는 시설안전공단에서 맨눈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금이 간 정도로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별도의 안전 검사를 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이 간 벽면이 구조적으로 힘을 받는 벽체라면 시공이나 설계가 잘못된 것이므로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홍근 서울대 교수(건축학)는 “구조 벽으로 쓰였는지, 비구조 벽인지 정밀 검사로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철근 손상이 있을 경우 건축물 안전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하아무개씨는 “시설관리공단에서만 한 번 왔다 가고 그 이후에 시에서는 따로 온 적이 없다고 들었다. 내부 철근에 대해서도 정밀한 검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로티 양식으로 지어진 포항 북구의 원룸형 빌라 ‘크리스탈’도 부실시공 의심을 받고 있다. 2011년에 지어진 4층 규모의 이 빌라는 지진 직후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 3개가 주저앉았다. 이 건물은 현재 임시 철제구조물 12개를 덧대어 아슬아슬하게 붕괴를 피하고 있는 상태다. 건물주인 최아무개씨는 “올해 4월에 사들인 건물이라 시공 과정에 대해 잘 모른다. 육안 검사를 한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나도 한치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실제 1차 현장검증에 참여한 김성호 부회장은 “육안 검사로 살펴본 결과 도면대로 철근이 배열돼 있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철근은 아예 누락돼 있었다”며 “설계가 부실하게 됐거나 시공 과정에서 감리가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실시공이 지진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안전 전문가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란 단국대 교수(건축공학과)는 “디자인 등을 포괄하는 건축설계 개념 안에 구조설계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정작 건축사들은 건물의 뼈대를 설계하는 구조설계에 대해서는 교육받지 않는다”며 “구조설계에 관해서는 구조기술사의 역할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영우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6층 이상 건물은 구조기술사의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5층 이하는 건축사 책임하에 구조설계를 하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임재우 기자,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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