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현장실습에 나간 특성화고 학생이 사고 열흘 만에 숨진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롯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회원들이 추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로 세상을 뜬 고 이민호군을 숨지게 한 기계의 일부분인 컨베이어 롤러에 대한 안전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광주지청) 관계자는 10일 “문제 기계 중 일부인 컨베이어 롤러가 자율안전확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기계는 상품 적재 설비인 ‘파레타이저’로, 컨베이어 롤러와 리프트, 포장기계로 구성돼 있다. 컨베이어 롤러를 타고 생수 완제품이 들어오면 리프트가 이를 모아 ‘파레트’라는 플라스틱 판자 위에 6단으로 쌓은 뒤 랩으로 포장한다.
‘자율안전확인신고’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기계설비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해당 설비가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기계 제조업자는 물론 사용업체도 신고 의무를 진다. 자율안전확인신고가 안 된 기계를 사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안전확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컨베이어 설비가 이군의 사고에 직접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군은 설비 중 일부인 리프트 기계에 눌려 숨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광주지청 관계자는 “파레트가 비뚤어진 채로 들어와서 리프트가 멈췄고 잇따라 컨베이어가 멈춘 것일 뿐 당시 컨베이어 라인에는 오류나 고장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또 다른 광주지청 관계자는 “파레트 오류 자체가 컨베이어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직접 원인은 아니어도 간접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한 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컨베이어에 걸림 현상이 발생해 생수 이송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군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이군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지청은 8일 사고가 난 업체인 제이크리에이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680건의 법 위반 사항이 드러났으며, 이 업체와 김동준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