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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량진 상인 “폭염 탓 장사 40년 만에 생선 진열 처음 포기”

등록 2018-08-01 19:46수정 2018-08-02 10:49

홍천 41도 기록 사상 최고기온
온열환자 2천명 넘어 비상사태
이낙연 총리 “낮시간 공사중지”
지자체도 쪽방촌 긴급지원 나서

수산시장 “40년만에 생선 진열 포기”
분당천 물고기 폐사 공무원 출동
1일 오후 서울 성수동 공원에 설최된 온도계가 41도를 기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일 오후 서울 성수동 공원에 설최된 온도계가 41도를 기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일 오후 강원도 홍천의 최고기온이 41.0도까지 오르며 기상관측 이래 전국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연일 펄펄 끓고 있다. 서울도 39.6도로 111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식물 가릴 것 없이 온 나라에 ‘폭염 비상’이 걸렸다. 전날까지 온열 환자는 2천명을 넘어섰고, 폐사한 가축(323만마리)과 농작물 피해 면적(157.6㏊)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민관 구분 없는 폭염과의 사투 종일 이어진 ‘폭염과의 사투’에는 민관 구분이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공발주 건축·토목 공사현장의 낮 시간대 작업 중지와 연기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민간 건설업계도 오후 1~3시에 야외 작업을 전면 중단하는 등 전국의 주요 건설현장을 멈춰 세웠다.

이날 하루 전국 공사현장의 옥외 작업을 일시중단하는 조처를 한 지에스(GS)건설 관계자는 “작업자 안전을 위해 이번 폭염이 진정될 때까지 야외 작업을 중단하고 실내 작업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은 작업시간 1시간당 반드시 30분씩 휴식시간을 갖도록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더 큰 고통을 겪는 취약계층 지원도 ‘발등의 불’이다. 서울시는 이날 쪽방촌 주민들에게 얼음물을 긴급 지원했다. 서울시는 오전 9시부터 용산구 동자동 등 5개 쪽방 상담소에 350㎖들이 페트병에 담긴 아리수를 얼려 비치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홀몸노인, 저소득층, 노숙인, 건설현장 노동자와 함께 서울시가 정한 5대 폭염 취약계층이다. 서울시는 에너지 빈곤층에 선풍기와 쿨매트 등 냉방용품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상남도도 재난도우미를 긴급 편성하는 한편,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쿨링센터를 확대하고 폐지수거 노인 등을 특별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방차 예비차량을 이용해 축사 및 비닐하우스에 물을 뿌려 농축산 피해도 방지할 방침이다.

교통단속, 치안단속 등 옥외 근무가 많은 경찰은 긴급하게 근무 방식을 개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경찰의 야외근무 교대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하는 ‘야외근무 개선방안’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고, 대사관·관공서 등 필수 야외 근무지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루 3400여회 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은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비상대응 체제를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코레일은 폭염으로 인한 선로 휘어짐 등을 막기 위해 레일 온도 저감용 살수장치를 설치하고 고속선과 일반선 등 폭염 취약구간 75개 구간에 레일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검지장치도 설치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 “40년 만에 생선 진열 포기” 서민들 비상 생업을 떠날 수 없는 서민들은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ㅈ상회 앞에 늘어선 스티로폼 박스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단열이 잘되는 스티로폼 박스 위에 얼음을 깔고 그 위에 생선을 늘어놓던 수산시장의 익숙한 풍경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앞에 녹아내린 셈이다. ㅈ상회 주인 ㄱ씨(50)는 “부모님이 가게를 운영하실 때부터 따지면 40년 만에 처음으로 생선 진열을 포기했다”며 “아이스박스 속 얼음마저 녹아내리는 더위에 계속 얼음을 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산시장 구시장 초입에서 35년 동안 ㄷ수산을 운영한 이아무개(65)씨는 “하루에 얼음 8자루씩 쓰고 있는데, 날이 더워 사람들이 실내로만 들어가니 장사도 안 된다. 얼음값 2만4천원도 못 벌고 들어가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년째 얼음 장사를 하는 박승규(39)씨는 “25㎏들이 얼음자루를 매일 1200개씩 팔고 있다. 예년 여름과 비교해도 20%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1일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점포에 흰색 스티로폼 진열대만 놓여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1일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점포에 흰색 스티로폼 진열대만 놓여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그럼에도 실내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 111년 만의 ‘최강 무더위’에도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에 머물러야만 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강남구 삼성역 근처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음식점 전단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아무개(68)씨는 “가급적 그늘에서 하고 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어지러울 때가 있다”며 “한번은 ‘고생하신다’며 시원한 물을 갖다준 분이 계셨는데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빌딩 앞 야외 초소에서 경비업무를 보던 ㄴ씨도 “24시간마다 교대근무를 하는데 매일 더위와 싸운다.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날씨’”라며 땀을 닦았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1345회나 열렸던 ‘위안부’ 수요시위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346차 정기 수요시위’의 주최 쪽은 40도에 가까운 폭염을 언급하며 “집회 도중 어지럼증이 오면 그늘로 자리를 옮기거나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달라”고 안내하며 ‘위안부’ 소녀 그림이 그려진 종이부채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교복을 입은 학생 등 500명 넘는 시민들은 평소처럼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2ℓ짜리 페트병에 얼린 얼음물을 끌어안고 집회에 참석한 김보영(41)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집회에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적을까 걱정돼 왔다”며 웃어 보였다. 여름방학 숙제 중에 ‘정기 수요시위 참여하기’가 있어 처음으로 수요시위를 찾았다는 강서구 염경중학교 3학년 최은지·주솔·지민주(16)양도 집회 내내 휴대용 선풍기를 얼굴에 갖다 대면서 더위를 식혔다.

1일 정기 수요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있다. 황금비 기사 withbee@hani.co.kr
1일 정기 수요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있다. 황금비 기사 withbee@hani.co.kr
가축 폐사에 물고기 떼죽음도 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가축들의 폐사도 잇따랐다. 보험업계 집계 결과, 이날까지 전국에서 가축 323만여마리가 폐사됐다고 접수됐다. 피해 추정 금액만 173억여원에 이른다. 폐사 신고된 가축은 닭 301만마리, 오리 17만6천마리, 돼지 1만4천마리 등이다. 지역별로는 전북 88만1천마리, 충남 59만3천마리, 전남 54만5천마리 차례였다.

이날 65.2%에 그친 전국 저수지의 저수율은 폭염에 따른 증발로 하루에 1%포인트씩 낮아지고 있다. 햇볕에 타들어가는 과수와 채소 등 농작물 피해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농작물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절절 끓는 날씨에 하천 속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는 분당구 분당천 양영디지털고~서현사거리 구간에서 물고기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들은 죽어서 하천에 떠 있던 잉어, 메기, 피라미 등 물고기 150여마리를 거둬들였다. 시는 계속되는 폭염 탓에 수온 상승과 용존산소 부족 등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최민영 신민정 황금비 최종훈 김기성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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