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
⑤취업준비생/서울살이 청년 10명의 가계부
10명중 5명이 “코로나 이후 구직비용 늘어”
“기숙사 나오니 월세가 38만원”
“하루 밥값 만원도 안 써요”
“아버지 회사도 휴업중인데…도움받기 죄송”
⑤취업준비생/서울살이 청년 10명의 가계부
10명중 5명이 “코로나 이후 구직비용 늘어”
“기숙사 나오니 월세가 38만원”
“하루 밥값 만원도 안 써요”
“아버지 회사도 휴업중인데…도움받기 죄송”
취업준비생들이 적은 글자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안 게시판에 적혀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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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폐쇄되자 독서실 끊고 책 사느라 허덕 <한겨레>의 인터뷰에 응한 청년 10명 가운데 5명은 코로나19 이후 구직 관련 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적게는 월 1만5천원에서 많게는 12만원을 더 썼다. 서울 소재 국공립대에 다니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준수(가명·26)씨는 지난 2월 학교 도서관이 폐쇄되자 한달에 12만원을 내고 독서실에 등록했다. 독서실에서도 마음 놓고 공부하긴 어려웠다. 고정석이 없는 ‘개방형 독서실’인 탓에 준수씨와 비슷한 이용자가 몰리자 곧 자리가 부족해졌다. 새벽에 일찍 가서 자리를 맡지 못하는 날엔 카페에서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허기가 져서 점심이라도 먹으려면 짐을 챙겨 밖에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카페로 가곤 하니까 돈이 이중삼중으로 나가죠.” 부모님에게 지원받는 매달 50만원의 생활비가 전부인 준수씨에게 독서실 비용은 생활비의 4분의 1을 덜어내는 큰 부담이다. 마스크를 사는 돈조차 부담되는 형편이다. “저는 하루 밥값에 1만원도 안 쓰거든요. 편의점에서 닭가슴살 하나 사먹고 말거나 한 끼만 먹고 버티는데, 일주일에 마스크를 2장만 사도 4천원씩 쓰는 거잖아요. 그 부담도 작지 않게 느껴져요.” 올 2월 학업을 마친 김신영(24)씨도 “코로나19 확산 뒤 도서구입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는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지만 학교 도서관이 폐쇄돼 책을 빌릴 수 없게 됐다. 그는 “약속을 취소하며 지출도 줄였는데 취업 준비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을 포기할 순 없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데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_________
“아버지 회사도 휴업으로 어려운데…” 청년들의 늘어난 생활비는 그들의 부모에게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이후 가계 형편들이 나빠졌는데도 청년들 대다수가 부모에게서 받던 지원금을 그대로 받거나 혹은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자취를 하면서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은 부모에게 마음의 짐이 크다고 털어놨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자 졸업을 미룬 이세연(26)씨는 가족에게 월세를 지원받고 있는데, 마음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세연씨는 “아버지 회사도 코로나19로 휴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서 죄송스럽고 부담스럽다. 어학 학원에 다니는 대신 녹음 파일로 영어 공부를 하는 등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모아온 저축을 포기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지역의 국립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자취를 시작한 홍준기(가명·27)씨는 부모님이 주신 돈과 스스로 번 돈을 합쳐 매달 5만~10만원씩 해오던 저축을 중단했다. 관광지에서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이 생활비를 일부 보태주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부모님의 형편도 녹록지 않아 더 부담을 줄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준기씨는 “집안 사정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어서 취직을 빨리 해야 한다. 길어지면 그냥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나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류상윤(23)씨도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 매달 2만원씩 넣어왔는데, 결국 해약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처럼 필수적인 데 말곤 돈 쓰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청년들은 “끼니부터 줄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출판사를 지원 중인 박하나(가명·25)씨는 “원래 삼시 세끼를 외식으로 해결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집에서 미리 밥을 먹고 나가거나 아예 식사를 거르고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 카페도 무조건 저렴한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끼니를 줄여도 버티지 못하면 빚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대출 연체금액 증가율은 모든 세대 중에 20대가 4.3%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의 ‘코로나 블루’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배지현 박준용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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