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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옥시는 유죄, SK케미칼·애경·이마트는 무죄…왜?

등록 2021-01-13 15:49수정 2021-01-13 16:02

“화학물질 다르고 폐질환·천식과 인과관계 입증 부족”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 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 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사건과 달리 에스케이(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 등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인데도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은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사용한 화학물질이 옥시와 다르고,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실제 폐질환·천식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옥시 등에서 판매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및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에 관해는 2016년 업무상과실치사와 치상으로 기소돼 징역 6년까지 형이 선고되는 등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며 옥시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은 에스케이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서 제조하거나 판매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시엠아이티·엠아이티 성분 가습기살균제만 사용한 폐질환 피해자는 11명(전체 피해인정자 489명의 약 2%)이다. 이들은 특별법에 따라 환경노출조사 등을 거쳐 개별적 피해를 인정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질환 사이 개별적 인과관계를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이들이 병을 얻게 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적힌 피해자 3명 중 1명인 장아무개씨는 2005년 9월부터 2006년 7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판부는 “2006년 7월14일자, 같은 달 19일자 흉부시티(CT)가 모두 정상이었다가 불과 4일 만에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하고 8일 뒤 촬영한 시티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된 것이어서 폐질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고 쉽사리 인정하긴 어렵다”고 달리 판단했다. 장씨가 하루 12시간 청사진 인화작업을 하며 암모니아에 흡입 노출돼 암모니아 흡입으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피해자인 일란성 쌍둥이도 가습기살균제 노출 전 급성세기관지염이라는 호흡기 질환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유전적·선천적 요인, 다른 질병에 따른 합병증이나 유해한 주변 환경에서 지속적인 노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폐질환 가능성이 있는데도 추가적 확인이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환경, 기간, 제품 등을 조사하는 환경노출조사도 “영수증, 제품, 사진 등 객관적 자료가 있으면 그 자체로도 1등급으로 판정했을 뿐, 객관적 증거가 없더라도 진술의 일관성이 인정되면 노출 사실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재량의 여지가 크게 운영돼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피해 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엠아이티와 엠아이티 성분 가습기살균제를 단독 사용한 유일한 천식 피해자인 김아무개씨에 대해선 “사용 기간과 환경노출조사 사이에 많게는 3년10개월에서 적어도 1년4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천식은 대표적 비특이성 질환이어서 환경노출조사에서 천식의 다양한 발병 원인에 대한 노출 여부가 충분히 파악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2012년부터 거주한 아파트 근처에 여러 공장이 있었고 페인트 공장 화재 현장에서 40∼50분간 유독가스를 맡은 적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 앓던 호흡기질환, 피부병 등 기저질환들을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생긴 피해인 것처럼 신고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천식 원인이 될 만한 여러 내·외부적 요인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별적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폐질환 피해 판정은 본질적으로 폭넓게 피해자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피해인정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에서 그대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이번 재판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으나 재판부 입장에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근본 범위 내에서 판단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홍아무개 전 이마트 상품본부장 등 1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사무국 간사(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임상 사례를 통해 인과관계를 인정해줘야 하는데 피해자들에게 과도한 증명책임을 요구해 무죄 판결했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여러 가습기살균제를 썼는데 단독 사용한 피해자들도 인정받지 못해 구제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검찰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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