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여군 숙소에 무단 침입해 불법촬영을 저지른 간부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군 다른 부대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불법촬영을 저지른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군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ㄱ 하사는 지난달 초 여군 숙소에 침입하다가 발각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해당 부대의 군사경찰이 확보한 ㄱ 하사의 유에스비(USB)와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다량의 불법 촬영물이 발견됐다. 특히 USB에는 피해 여군들의 이름이 제목으로 붙여진 폴더에 촬영물이 담겨 있었다. 또한 센터는 다수의 제보자로부터 가해자가 여군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와 피해 여군의 속옷과 신체를 불법 촬영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촬영물 유포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장기간 해당 간부의 휴대전화 등에 저장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파악하고 있는 피해자가 5∼6명이지만 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8월 전역이 결정된 군사경찰대 소속 하사이며 공식적인 징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처도 되지 않았다. 센터는 “소속부대는 가해자의 전역이 오는 8월로 얼마 남지 않았으며 전출시킬 부대도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구속하기는커녕 그대로 동일 부대에서 근무하게 하고 있다. 가해자가 군사경찰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사건 터진 뒤 한 달가량 지나서야 정문에 있는 위병소에서 후문 초소로 옮기는 식으로 제19전투비행단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한울타리 내에서 마주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울타리 밖으로 가해자를 방출시켜야 한다”며 “피해자가 어떤 게이트(출입문)를 가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있는 게이트를 피해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사경찰대가 가해자를 비호하며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언도 전했다. 다수의 제보자는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봐달라”, “가해자를 교육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군인권센터에 제보했다. 임태훈 소장은 “가해자가 8월에 전역하면 사건을 민간의 검찰에게 이첩해야 한다”며 “이첩받은 검찰은 기계적인 기소를 하게 되는 것을 군사경찰은 잘 알고 있으며 전역하면 손 털어버리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공론화를 통해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군에 △가해자 즉각 구속과 수사 △소속부대 군사경찰대 관련자 조사해 문책 △사건을 상급부대로 이첩해 처리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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