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사건 관련해 추가로 제보받은 피해 사례들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군 숙소에 무단 침입해 불법촬영을 저지른 공군 간부 사건 수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이 피해자 조사 당시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동수사를 맡은 공군 제19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이 불법촬영 피해자 조사 시 피해자들을 성희롱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내용을 보면, 해당 부대 군사경찰대 소속 수사계장인 이아무개 준위는 지난달 불법촬영 사건 피해자들을 조사하면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널 많이 좋아했더라. 많이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 얼굴은 내가 더 괜찮지 않냐” 등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사계장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를 옹호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이 준위가 피해자들에게 “걔도 불쌍한 애다”, “가해자도 인권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들이 추가 피해 사실을 밝히자, “너, 얘 죽이려고 그러는구나”라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공통으로 수사계장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다”며 “부대 구성원 모두가 한뜻으로 가해자를 걱정하고 옹호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군 성폭력이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ㄱ하사는 지난달 4일 여군 숙소에 침입하다 발각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ㄱ하사의 유에스비(USB) 등에서 여군들의 속옷이나 신체 등을 찍은 다량의 불법 촬영물이 발견됐고 피해 여군들의 이름이 제목으로 붙은 폴더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폭로 뒤 공군은 해당 사건을 공군본부 중앙수사대로 이첩했고, ㄱ하사는 지난 4일 뒤늦게 구속됐다.
ㄱ하사의 불법촬영 피해자 중 민간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는 “ㄱ하사의 촬영물 중엔 영외에서 술을 마시는 여성 2~3명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부지불식간에 불법촬영 피해를 본 민간인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본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상담소는 또 ㄱ하사가 지난해에도 이번 불법촬영 피해자 여군에게 영내에서 유사한 범죄행위를 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당시 사건은)성범죄이나 미수이고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피해자는 소문이 날까 봐 신고하지는 못했지만 군사 경찰에게 가해 사실 관련 진술을 하고, 주의 조치 등을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추가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가 여군과 민간인을 포함해 5~10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상담소는 “만연한 군성폭력 사건은 비군사범죄 사건 수사와 재판을 민간으로 이양하지 않은 이상 피해자의 관점에서 해석되기 어렵다”며 “군에서 오래도록 자리한 가해자 중심의 문법을 해체할 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군은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하여 해당 수사 인원들에 대해 8일부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