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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투덜이’ 관두고 씩씩해진 그네들

등록 2007-02-13 18:29

박어진의 여성살이
박어진의 여성살이
박어진의 여성살이 /

직원 넷을 두고 서울 시내에서 플라워 샵을 운영하는 여사장과 갈치조림 점심을 먹는 자리. 손님들에 대해 투덜대기를 그친 후 일어난 변화가 화제였다. 꽃가게가 버스정류장 옆에 있어 아무나 문을 밀고 들어왔다. 비를 피해 들어온 김에 이것저것 물어보는 손님도 많다한다. 기업체와 사무실을 상대로 주문제작하는 꽃 배달이 주력상품이다 보니 뜨내기 손님들은 때로 작업을 방해하는 존재. 잔뜩 물어본 후 꽃 한 송이 사지 않고 휭 나가버리는 손님들 뒤에 대고 가게 직원들 뿐 아니라 사장도 짜증을 내거나 투덜대곤 했다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투덜대지 않기로 전격 결정했다. 휴렛 패커드의 최고경영자였던 ‘피오리나 칼리’의 자서전을 읽다 일어난 일. “너무 오랫동안 남들에 대해 투덜대며 살아왔다”는 걸 깨달은 순간, “더 이상 내 귀한 시간과 감정을 투덜대기에 낭비하지 말자”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게 여사장의 말. 사장 자신은 예민한 성격 탓에 험한 말을 들으면 잠을 못자고 끙끙댈 정도였다 한다. 피오리나 칼리의 성공 배경 중 남들의 부정적 평가를 개의치 않는 씩씩함과 뱃심에 확 ‘쏠린’ 것이다. 그는 남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는 소심함의 연장선에 남에 대한 투덜대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사장이 투덜대기를 그만두자 직원들도 더이상 투덜대지 않게 됐다. 자연히 명랑해진 가게. 드나드는 이들을 대하는 말씨가 달라지고 얼굴빛이 달라지자 매출액이 달라졌다. 즐겁고 당연한 성공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사장의 얼굴에서 더 큰 성공을 예감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한낱 낡은 속담이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말하기의 기술이었지만 차차 체질화되자 마음과 정신까지 변한 것 같다는 게 여사장의 말이다. 제일 재미있는 건 투덜대기를 그만 둔 후 가시 돋친 세상의 평판을 씩 웃어넘기게 된 점. 그만큼 자기중심이 확고해 졌다고나 할까.

사업을 하면서, 또는 조직의 쓴맛을 맛보면서 여성들이 성숙해 가는 걸 본다. 때론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가슴에 대못 박히는 순간들을 정면돌파하며 그들은 일하고 성장한다. 진정한 자존심이란 남에 의해 절대로 훼손될 수 없는 나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고 믿는 것임을 터득하면서. 실수나 실패 후 문책과정의 악몽스러운 언어 세례에도 프로페셔날하게 대응하며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스스로 훈련해가며 말이다. 성공 과정의 만족감이 독기와 오기를 빼주는 걸까? 자신이 넘쳐 너그러워진 여성들을 도처에서 목격하는 게 즐겁다.

자유기고가 behappym@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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