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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 의미 없다, 모두가 모두를 이길 수 있다

등록 2022-12-04 09:33수정 2023-08-04 13:36

[박강수 기자의 도하일기]
아시아·아프리카 조별리그 돌풍
16강도 ‘언더도그’ 선전 이어갈까
한국의 손흥민이 지난 2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를 승리하고 16강행을 결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AP 연합뉴스
한국의 손흥민이 지난 2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를 승리하고 16강행을 결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AP 연합뉴스

격전의 연속이었다.

92년 만에 개최국의 개막전 패배로 문을 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는 이틀 뒤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리바아에 당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고, 마지막 날 카메룬이 브라질을 무너뜨리면서 일단락됐다. 아르헨티나가 아시아 팀에 당한 것도, 브라질이 아프리카 팀에 진 것도 역사상 처음이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업셋’(하위 팀이 이기는 일)이 빈발하면서 카타르에는 늘 돌풍이 몰아쳤다. 이 바람을 뚫고 16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피를 보지 않은 이는 하나도 없다.

카타르월드컵은 1994 미국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그 누구도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거두지 못한 대회다. 1998년에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2002년에는 스페인과 브라질, 2006년에는 독일, 포르투갈, 브라질, 스페인, 2010년에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2014년에는 네덜란드,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벨기에, 2018년에는 우루과이, 크로아티아, 벨기에가 조별리그를 3승으로 통과했다. 올해는 네덜란드, 잉글랜드, 미국, 모로코, 크로아티아가 간신히 무패를 기록했을 뿐 누구에게도 절대 강자의 위엄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이타쿠라 고(왼쪽부터), 도안 리쓰,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스페인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교도통신 연합뉴스
일본의 이타쿠라 고(왼쪽부터), 도안 리쓰,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스페인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교도통신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렘 알 다우사리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뒤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루사일/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렘 알 다우사리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뒤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루사일/AP 연합뉴스

사우디 모래바람이 아르헨티나를 집어삼킨 이튿날에는 일본이 독일을 격파했다. 급기야 일본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같은 점수, 같은 전개(전반 실점 후 후반 2-1 역전승)로 스페인마저 물리치고 E조 1위를 달성, 이번 대회 가장 놀라운 이야기를 썼다. 독일은 1차전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스페인에 0-7로 대패했던 코스타리카가 2차전에서는 일본에 1-0 승리를 거두기도 했으니 E조의 경기는 연일 반전의 연속이었다.

서둘러 조별리그 2승 고지를 선점하고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한 강팀들도 마지막 걸음에서는 ‘삑사리’가 났다. 가장 먼저 조별리그 통과를 결정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튀니지에 51년 만의 패배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고, 일찌감치 2승을 챙겼던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도 카메룬에 졌다. 두 팀 모두 주전을 대거 선발에서 제외(프랑스 9명, 브라질 10명)하고 로테이션을 돌린 일이 화근이 됐다. 마찬가지로 H조 선두를 달리던 포르투갈도 3차전에서 한국을 만나 역전패를 당했다. 포르투갈의 한국 상대전적은 2전 전패다.

모로코의 왈리드 레그라귀 감독이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모로코의 왈리드 레그라귀 감독이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튀니지 선수들이 프랑스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교도통신 연합뉴스
튀니지 선수들이 프랑스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교도통신 연합뉴스

모로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를 완파(2-0)하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아르헨티나전 승리 뒤 기세를 잔뜩 끌어올렸던 사우디는 폴란드멕시코에 연패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혼돈의 조별리그 속에서 가장 빛난 건 아시아 축구의 저력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팀과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팀이 붙은 경기 전적을 보면 5승4패로 아시아가 앞선다. 일본과 한국이 세 번의 ‘자이언트 킬링’을 해낸 데 이어 이란이 웨일스를, 호주가 덴마크를 잡아낸 덕이다.

이례적인 선전의 결과, 아시아에서는 3개 팀, 아프리카에서는 2개 팀이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는 역사상 최다이고 아프리카는 러시아 대회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던 수모를 벗어냈다. 이제부터는 단판으로 운명이 갈리는 토너먼트다. 이미 호주가 아르헨티나에 패했으나, 경기 종료 막판까지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위협하며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은 크로아티아, 모로코는 스페인, 세네갈은 잉글랜드, 한국은 브라질을 만난다 . ‘언더도그 ’들이 모두 시험대에 섰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지금 카타르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이길 수 있다.

도하/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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