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1500m 결승에서 금·은메달을 딴 진선유(왼쪽)와 최은경이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꽃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토리노/연합뉴스
“엄마가 ‘잘했다’면서 우셨지만, 저는 안 울었어요.”
이번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로서는 첫 금메달을 딴 진선유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어머니 김금희씨에게 전화로 금메달 소식을 알렸다. 소녀 티가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그는 “힘든 훈련을 견디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진선유는 1988년 12월 대구에서 아버지 진대봉씨와 어머니 김금희씨 사이에서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경희사대 부속 초교와 부중 출신으로 태극마크를 단 지 2년도 안된 대표팀 막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자팀에서 훈련하면서도 전혀 뒤지지 않았던 강철체력과 성실함으로 검증된 선수임을 확인시켰다.
2004년 5월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 그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 3000m 슈퍼파이널과 계주에서 1위를 차지해 종합 4위에 오르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해 11월엔 이탈리아 보르미오에서 열린 3차 월드컵에서 전종목을 석권하며 5관왕으로 여자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해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진선유는 “결승전에서 (최)은경 언니와 부딪혀 위험한 고비가 있었고, 경기결과가 늦게 나와 혹시 내가 실격된 게 아닌지 가슴 졸였다”며 “결국 금메달을 따서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됐다”고 기뻐했다. 남은 경기에 대해서는 “1500m가 가장 자신있는 경기였는데 이제는 1000m도 욕심이 난다”며 “3000m계주에서도 호흡을 잘 맞추면 메달을 더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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