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29일(한국시각)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혼신의 연기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기술마다 가산점…사상 첫 ‘꿈의 200점’ 돌파
외신들 “얼음위 나는듯” “새 역사 썼다” 극찬
외신들 “얼음위 나는듯” “새 역사 썼다” 극찬
한마리 학처럼 얼음판을 팔짝 뛰어올라 허공을 갈랐다. 때로는 나비처럼 빙판 위에서 팔랑거리다가, 어느새 열정적인 붉은 장미가 돼 꽃망울을 터뜨렸다. 김연아(19·고려대)의 환상적인 4분간의 몸놀림에 온 세계가 빠져들었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피겨 여왕’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김연아가 29일(한국시각)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경기에서 최고의 기량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얼음판을 지배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기록인 76.12점으로 우승한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 조에 속해 아사다 마오(일본)와 조에니 로셰트(캐나다)에 이어 네번째로 출전했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세헤라자데’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0점)에서 0.4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이어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도 안전하게 착지했고,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8.8점)에서도 1.0점의 가산점을 얻었다. 사상 최초의 200점 돌파가 예감되는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우에서 도약이 좋지 않아 0.24점밖에 얻지 못했다. 이어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의 도입부를 놓쳐 점수를 더 보태지 못했다.
그러나 두번의 실수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2003년 11월 미국의 사샤 코헨(197.35점)과 2005년 이리나 슬러츠카야(러시아·198.65점), 이듬해 12월 아사다 마오(일본·199.52점)가 200점에 근접했지만, 김연아는 200점을 훌쩍 넘어 207.71점을 기록했다. 국제심판인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은 “신 채점방식이 도입되고 나서 그동안 아무도 깨지 못했던 심리적인 한계선을 김연아가 넘어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 반응도 뜨거웠다. <에이피>(AP) 통신은 김연아를 ‘퀸 연아’로 부르며, “마치 얼음 위를 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극찬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역시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역사를 새로 썼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엔비시>는“경쟁 대회라고 하기보다는 (김연아의 정상) 즉위식에 가까웠다”고 극찬했다. <엘에이 타임스>도 인터넷판에서 “토요일 밤 스테이플스센터에 다른 선수들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김연아가 경기를 끝냈을 때 귀가 찢어질 정도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연아는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우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전혀 긴장하지 않고 연습처럼 경기를 치렀다”며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한편, 조에니 로셰트(총점 191.29점)와 안도 미키(일본·190.38점)가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김나영은 총점 131.50점으로 17위에 올라 김연아와 함께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연아 점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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