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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VPN] 아시안게임 개막식서 확인한 ‘변경의 슬픔’

등록 2023-09-24 12:42수정 2023-09-25 08:58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 셋째)이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입장 중인 시리아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두 칸 옆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째)이 앉아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 셋째)이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입장 중인 시리아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두 칸 옆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째)이 앉아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중국은 인터넷을 통제합니다. 황금 방패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구글 등 대표적인 국외 인터넷 서비스 접근도 막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브이피엔(VPN)이라고 불리는 가상 사설망을 통해 정부 감시를 넘어 세상을 누비곤 합니다. 항저우 VPN은 아시안게임의 다양한 이야기를 항저우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화려한 디지털 기술로 꾸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 시리아 선수단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바샤르 알아사드(58) 대통령이 귀빈석에서 일어나 손을 흔든다. 영부인 아스마 알아사드(48)는 감격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시작한다.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한 ‘시리아 학살자’의 국제무대 복귀다.

개막식을 하루 앞둔 22일 중국 외교부는 자료를 내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알아사드 대통령이 만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것은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는 중국의 귀중한 지지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이로써 중국은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할 지렛대를 얻었고, 시리아는 10년 넘게 이어진 국제적 고립에서 빠져나왔다.

이날 개막식장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있었다. 스포츠는 평화의 도구이기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LoL) 같이 “서로를 공격하는” 이(e)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할 수 없다던 그는 개막식에서 학살자의 두 칸 옆자리에 앉았다. 베이징겨울올림픽 때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던 영미권 언론은 알아사드 대통령 중국 방문 소식을 전했을 뿐, 그의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여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난 2013년 8월 한 여성이 레바논 베이루트 유엔사무소 앞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야간집회에 참석해 촛불과 함께 시리아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종이패를 들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난 2013년 8월 한 여성이 레바논 베이루트 유엔사무소 앞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야간집회에 참석해 촛불과 함께 시리아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종이패를 들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유럽은 어떨까?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학에서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연구할 정도로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 지인에게 연락했다. 알아사드 대통령 참석 소식에 그는 경악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언론에는 관련 소식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 온 시리아 학생들은 알아사드가 사용한 화학무기 때문에 심각한 뇌 손상을 겪은 경우가 많다”라며 “아시안게임의 위상과 규모는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실제 서구 언론은 베이징 대회 때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을 지적하며 많은 비판을 했다. 하지만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이야말로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시아는 미중 대립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여러 국경이 맞닿은 곳이기도 하다. 내년에 열릴 파리올림픽보다 참가 선수도 많은 데다, 올림픽 메달 하나도 어려운 많은 아시아 나라엔 아시안게임이 더 큰 의미도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처음 땄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종합 4위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인도, 이란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가 비슷한 상황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아시아 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아시아 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물론 이는 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아시아에서도 아시안게임을 아시아인 입장에서 분석하는 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옆나라 일본은 이번 대회에 일부 매체만 기자를 파견했다. 스포츠 전문매체는 대부분 기자를 보내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지금도 아시안게임보다 약 1년 뒤 파리올림픽에 대한 소식을 주로 다룬다. 이 또한 우리 아시아의 문제마저 서구의 눈으로 해석해온 결과물이라고 본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갈등의 최전선도, 평화의 산실도 될 수 있는 중요성에도 변방 취급을 받는 아시아. 세계의 중심을 자부하는 중국의 대도시 항저우에서 아시아라는 ‘변경’(나라의 경계가 되는 가장자리 땅)에 사는 슬픔을 느낀 이유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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