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25)
있다가도 없는 것, 늘 있는 것│가지다 : 지니다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시오.
[어머니가 초등학생 딸에게] 책가방도 안 (갖고|지니고) 학교 가는 애가 어딨니?
[소설의 지문에서] 여자는 남자가 선물한 핸드백을 늘 보물처럼 (갖고|지니고) 다녔다.
[여고생이 친구에게] 이 구두쇠야, 제발 돈 좀 (갖고|지니고) 다녀라! [전기문에서] 그는 더없이 온화한 품성을 (가진|지닌) 학자였다. [풀이] ‘소유’ ‘보유’ ‘소지’ 등을 뜻하는 한국어 낱말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지다’와 ‘지니다’다. 그런데 연설이나 발표를 할 때, 혹은 제법 나이 든 사람이 점잖을 빼면서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어 사용자들이 입말에서 ‘지니다’를 쓰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지다’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널리 쓰이는 데 반해, ‘지니다’는 주로 글말이나 점잖은 입말에서만 쓰이는 것이다. ‘가지다’가 비격식체라면 ‘지니다’는 격식체다. 따라서 20대 청년이 가까운 벗에게 허물없이 말할 때에는 “돈 좀 갖고 다녀라”가 자연스럽고, 노부가 사회 초년생 아들에게 짐짓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워 점잖게 충고할 때에는 “성인은 늘 돈을 어느 정도 지니고 다녀야 한다”가 어울린다. 똑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말을 할 때에는 “그 여자는 핸드백을 늘 ‘갖고’ 다닌다”가 거의 불문율이지만, 글로 쓸 때에는 “그 여자는 핸드백을 늘 ‘지니고’ 다닌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두 낱말 사이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숨어 있다. ‘가지다’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사람한테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집을/차를 갖고 있다”는 자연스럽지만 “집을/차를 지니고 있다”는 영 어색하다. 이에 반해 흔히 ‘지니다’의 대상이 되는 ‘특성’ ‘재주’ ‘권리’ ‘품성’ ‘기운’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사람이 날 때부터, 혹은 어느 순간부터 몸에 ‘지니게’ 되면, 이후로는 웬만큼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는 법이 없다. 단지 떠나가지 않을 뿐 아니라, 늘 그 사람한테 붙어 있는 중요한 일부가 된다. ‘가지다’가 나타내는 소유가 한시적이고 가변적이라면, ‘지니다’가 나타내는 소유는 항구적이고 불변적이다. 따라서 보통은 ‘가지다’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또는 인격의 일부처럼 늘 소지(혹은 보유)할 때에는 ‘지니다’로 쓰는 편이 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핸드백이나 신분증, 비상금 같은 것이 그 예다. (물론 이것은 글말이나 격식을 차린 입말에 한한다.) 특히 번역문에서 ‘미모’ ‘신비’ ‘성격’ ‘인격’ ‘재주’ ‘능력’ ‘잠재력’ ‘자질’ ‘특성’ ‘속성’ 따위에 ‘가지다’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지니다’로 바꾸어서 어느 쪽이 나은지 따져볼 일이다. [요약] 가지다: 소유가 한시적이고 가변적임|입말투|비격식체 지니다: 소유가 항구적이고 불변적임|글말투|격식체 김철호(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갖고, 지니고, 갖고, 지닌
[여고생이 친구에게] 이 구두쇠야, 제발 돈 좀 (갖고|지니고) 다녀라! [전기문에서] 그는 더없이 온화한 품성을 (가진|지닌) 학자였다. [풀이] ‘소유’ ‘보유’ ‘소지’ 등을 뜻하는 한국어 낱말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지다’와 ‘지니다’다. 그런데 연설이나 발표를 할 때, 혹은 제법 나이 든 사람이 점잖을 빼면서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어 사용자들이 입말에서 ‘지니다’를 쓰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지다’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널리 쓰이는 데 반해, ‘지니다’는 주로 글말이나 점잖은 입말에서만 쓰이는 것이다. ‘가지다’가 비격식체라면 ‘지니다’는 격식체다. 따라서 20대 청년이 가까운 벗에게 허물없이 말할 때에는 “돈 좀 갖고 다녀라”가 자연스럽고, 노부가 사회 초년생 아들에게 짐짓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워 점잖게 충고할 때에는 “성인은 늘 돈을 어느 정도 지니고 다녀야 한다”가 어울린다. 똑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말을 할 때에는 “그 여자는 핸드백을 늘 ‘갖고’ 다닌다”가 거의 불문율이지만, 글로 쓸 때에는 “그 여자는 핸드백을 늘 ‘지니고’ 다닌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두 낱말 사이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숨어 있다. ‘가지다’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사람한테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집을/차를 갖고 있다”는 자연스럽지만 “집을/차를 지니고 있다”는 영 어색하다. 이에 반해 흔히 ‘지니다’의 대상이 되는 ‘특성’ ‘재주’ ‘권리’ ‘품성’ ‘기운’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사람이 날 때부터, 혹은 어느 순간부터 몸에 ‘지니게’ 되면, 이후로는 웬만큼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는 법이 없다. 단지 떠나가지 않을 뿐 아니라, 늘 그 사람한테 붙어 있는 중요한 일부가 된다. ‘가지다’가 나타내는 소유가 한시적이고 가변적이라면, ‘지니다’가 나타내는 소유는 항구적이고 불변적이다. 따라서 보통은 ‘가지다’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또는 인격의 일부처럼 늘 소지(혹은 보유)할 때에는 ‘지니다’로 쓰는 편이 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핸드백이나 신분증, 비상금 같은 것이 그 예다. (물론 이것은 글말이나 격식을 차린 입말에 한한다.) 특히 번역문에서 ‘미모’ ‘신비’ ‘성격’ ‘인격’ ‘재주’ ‘능력’ ‘잠재력’ ‘자질’ ‘특성’ ‘속성’ 따위에 ‘가지다’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지니다’로 바꾸어서 어느 쪽이 나은지 따져볼 일이다. [요약] 가지다: 소유가 한시적이고 가변적임|입말투|비격식체 지니다: 소유가 항구적이고 불변적임|글말투|격식체 김철호(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갖고, 지니고, 갖고,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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