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4월 14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4-13 22:16수정 2006-04-14 14:14

한국어 연습장 (25)
있다가도 없는 것, 늘 있는 것│가지다 : 지니다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시오.

[어머니가 초등학생 딸에게] 책가방도 안 (갖고|지니고) 학교 가는 애가 어딨니?

[소설의 지문에서] 여자는 남자가 선물한 핸드백을 늘 보물처럼 (갖고|지니고) 다녔다.


[여고생이 친구에게] 이 구두쇠야, 제발 돈 좀 (갖고|지니고) 다녀라!

[전기문에서] 그는 더없이 온화한 품성을 (가진|지닌) 학자였다.

[풀이]

‘소유’ ‘보유’ ‘소지’ 등을 뜻하는 한국어 낱말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지다’와 ‘지니다’다. 그런데 연설이나 발표를 할 때, 혹은 제법 나이 든 사람이 점잖을 빼면서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어 사용자들이 입말에서 ‘지니다’를 쓰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지다’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널리 쓰이는 데 반해, ‘지니다’는 주로 글말이나 점잖은 입말에서만 쓰이는 것이다. ‘가지다’가 비격식체라면 ‘지니다’는 격식체다.

따라서 20대 청년이 가까운 벗에게 허물없이 말할 때에는 “돈 좀 갖고 다녀라”가 자연스럽고, 노부가 사회 초년생 아들에게 짐짓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워 점잖게 충고할 때에는 “성인은 늘 돈을 어느 정도 지니고 다녀야 한다”가 어울린다. 똑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말을 할 때에는 “그 여자는 핸드백을 늘 ‘갖고’ 다닌다”가 거의 불문율이지만, 글로 쓸 때에는 “그 여자는 핸드백을 늘 ‘지니고’ 다닌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두 낱말 사이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숨어 있다. ‘가지다’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사람한테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집을/차를 갖고 있다”는 자연스럽지만 “집을/차를 지니고 있다”는 영 어색하다. 이에 반해 흔히 ‘지니다’의 대상이 되는 ‘특성’ ‘재주’ ‘권리’ ‘품성’ ‘기운’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사람이 날 때부터, 혹은 어느 순간부터 몸에 ‘지니게’ 되면, 이후로는 웬만큼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는 법이 없다. 단지 떠나가지 않을 뿐 아니라, 늘 그 사람한테 붙어 있는 중요한 일부가 된다. ‘가지다’가 나타내는 소유가 한시적이고 가변적이라면, ‘지니다’가 나타내는 소유는 항구적이고 불변적이다.

따라서 보통은 ‘가지다’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또는 인격의 일부처럼 늘 소지(혹은 보유)할 때에는 ‘지니다’로 쓰는 편이 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핸드백이나 신분증, 비상금 같은 것이 그 예다. (물론 이것은 글말이나 격식을 차린 입말에 한한다.) 특히 번역문에서 ‘미모’ ‘신비’ ‘성격’ ‘인격’ ‘재주’ ‘능력’ ‘잠재력’ ‘자질’ ‘특성’ ‘속성’ 따위에 ‘가지다’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지니다’로 바꾸어서 어느 쪽이 나은지 따져볼 일이다.

[요약]

가지다: 소유가 한시적이고 가변적임|입말투|비격식체

지니다: 소유가 항구적이고 불변적임|글말투|격식체

김철호(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갖고, 지니고, 갖고, 지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가수 김준수에 ‘녹취 유포’ 협박해 8억원 뜯은 BJ 구속 1.

가수 김준수에 ‘녹취 유포’ 협박해 8억원 뜯은 BJ 구속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2.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3.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신라인의 성지 경주 낭산에 숨긴 ‘비밀’…재발굴하면 뭐가 나올까 4.

신라인의 성지 경주 낭산에 숨긴 ‘비밀’…재발굴하면 뭐가 나올까

두 달만 참으면 2배 이상인데…민희진, 이달 초 이미 풋옵션 행사 5.

두 달만 참으면 2배 이상인데…민희진, 이달 초 이미 풋옵션 행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