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한국언론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 소식을 전하는 보도행태, 그 제1 특징은 단연 ‘정부 때리기’. 특히 한국 최강 최악의 ‘정치집단’으로 전락한 유력신문들, 평소 비틀기와 유치한 훈계 늘어놓기를 매출 포인트로 삼아온 그들은 다짜고짜 모든 게 노무현 정부 탓이기라도 한양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유엔 가맹국 북한이 대한민국 지자체나 식민지라도 된단 말인가? 아직 제대로 된 접촉통로조차 하나 없는 저 나라의 일에 그들과 ‘휴전’중인 이 나라 정부가 어디까지 손댈 수 있다는 건가? 작통권 단독 행사 결사반대를 외치며 위험한 적대국이라고 그들 자신이 떠들어오지 않았나?
대북 유화정책과 퍼주기가 핵실험을 불렀다는 논리는 현정세와 국제정치역학 초보도 모르거나 정치적 계산에 눈먼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핵 실험이 노 정권 탓이라면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앞까지 진출한 1·21사태나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등도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바보짓해서 벌어졌나?
제2 특징은 미국 만세. 이번 사태 제1 당사자는 바로 미국 부시 정권임은 세계언론들이 다 지적하고 있다. 지난 클린턴 정권 말기 원천해소 단계까지 갔던 북핵문제 및 북미관계가 왜 이 지경까지 치달았나? 게다가 미국은 냉전붕괴 뒤 약속했던 핵군축도 중단하고 자기 편은 괜찮고 남은 안된다는 핵 이중잣대로 핵무기금지조약(NPT) 체제의 근간을 스스로 허물었으며, 선제공격 따위로 고분고분하지 않은 약소국들 생존권을 위협함으로써 핵무장을 결과적으로 재촉했다.
‘북한의 핵정책은 미치기는커녕 매우 이성적’이라는 내용의 지난 10일 영국 <가디언>의 기사가 바로 그런 얘기였다. 한국 신문들은 그런 미국을 문제삼기는커녕 미국에 읍소하며 살려달라 빌지 않는다고 노 정권을 매질한다. 아무 상관없는 작통권 환수반대를 또 끄집어내는 게 그 연장이고 황당한 ‘햇볕정책 탓’도 마찬가지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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