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다시 8.15다. 같은 서울땅에서 좌·우로 나뉘어 따로 집회를 열고 급기야 거리에서 서로 충돌까지 한 게 이미 60여년이 됐건만 그런 기억이 그리 낯설진 않다. 불과 얼마전에도 우리는 서울에서 한번은 이쪽이, 뒤이어 이번엔 저쪽이 영 딴판인 집회를 각기 따로 열고 힘겨루기를 했다. 3.1절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한쪽이 태극기와 함께 펼쳐 든 대형 미국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날도 아닌, 아시아 식민지해방운동사에서 특기할만한 기념일에 말이다. 미국은 역시 일본 제국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진짜 해방자였나?
북한 미사일 발사시험에 이어 전시작저지휘권 환수 문제로 다시 세상이 갈렸다. 마침내 미국 없인 살 수 없을 지경으로 외세가 우리 골수에 박혔나 보다. 13세기 몽골 침입 때도 이처럼 갈등과 혼돈의 세월이 길었을까? 청일전쟁 이래, 늦게 잡아도 을사늑약 이래 이미 백년이 넘었다. 언제나 외세에 지나치게 잘 적응하는 쪽이 문제라고 하면 또 억장이 무너질까. 외세의 대변자요 이익공유자가 된 그들에게 ‘자주’를 염원하는 동족의 외침은 오히려 낯설고 멀다, 아니 위험한 모양이다, 라고 하면 지나칠까.
사회세력간의 권력투쟁을 반영하는 이런 이념대립은 나라 바깥의 세력다툼과도 공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역사수정주의가 번성한 지 10년 세월이 지나면서 일본사회우경화는 재무장을 통한 미국과의 패권공조쪽으로 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당연히 그를 둘러싼 갈등도 깊어가고 있다. 미군과 동맹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우리 내부의 남남대결도 그 파장 안의 동심원이 아닐까.
이른바 자유주의사관에 대한 일본 내부의 비판,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둘러싼 독일 역사가 논쟁, ‘아메리칸 히로시마’. 8.15를 앞두고 한번 뒤적여 보시기 바란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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