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가끔 화가 난, 또는 언짢아하는 기색의 전화나 메일을 받는다. 목소리가 높진 않지만 몹시 당혹스럽다. 독자들이 <18.0> 섹션을 더 가깝게 여기고 서로 생각과 정보를 교환하는 장으로 활용하도록 하자는 뜻으로 시작한 독자들의 독서소감 쓰기, ‘나는 이렇게 읽었다’ 코너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오히려 이것 때문에 독자들 원성만 사는 게 아닌가, 아찔해지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땐 주변 여러분과 인연이 닿는 사람들에게 청탁하는 식으로 하다가 대상을 무제한으로 넓히기로 하고 해당 난에 ‘글을 보내주세요’라는 취지의 간단한 자체 광고를 실었다. 그 뒤로 적지않은 분들이 글을 보내오셨는데, 거의 모두 정성들여 읽고 쓴 좋은 내용이었다. 당연히 그 중에 싣기가 곤란한 한 두개를 빼고는 들어온 순서대로 모두 싣기로 했다. 이렇게 되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게 됐는데, 문제는 한 주일에 하나밖에 실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금방 몇십편의 글들이 들어와 쌓였는데, 한 주일에 하나씩 싣자니 당연하게도 소화하는 속도보다 쌓여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일찌기 글을 보내고 이제나 저제나 나오려나 기다리던 분들이 답답해하고 때로 분김이 솟구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이거 안되겠다, 일단 쌓인 글들 먼저 소화하고 다시 독자분들의 글을 청하자, 하여 매회 싣던 광고글을 뺐다. 그런데 그래 놓고 한 주일에 하나씩 실어도 이미 쌓인 글들 늘어선 줄이 좀체 줄지 않았다. 지금도 20여편이 밀려 있다. 그래서 진작 이실직고하고, 송구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좀 기다려주십시오, 사정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래야 분김을 다소라도 다스리지 않겠나 생각은 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미련하게 입닫고 꾸역꾸역 해오던 짓을 계속하다, 드디어는 더는 이렇게는 못나가겠다 싶어서, 오늘에야 이렇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처지가 됐다. 여러분 용서해 주세요. 글은 조금 기다렸다 보내주세요. 죄송합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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