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119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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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든 상비약이 있다. 다치고 물리고 쓰릴 때 급히 약상자를 찾는다. 책에도 상비약 같은 책이 있다. 가까이 놔두고 일이 생기면 바로 펼쳐드는 책이다. 도서출판 그린비에서 펴낸 <삐뽀삐뽀 119 소아과>가 꼭 그런 책이다. 이 책 없으면 아이 키우는 집이 아니라는 우스개말이 나돌 정도로 널리 읽히는 대한민국 가정의학 백과다.
소아과 의사 하정훈씨가 쓴 이 책은 1997년 1월에 처음 나왔으니 출간된 지 만 10년 된 책이다. 10년이면 웬만한 책은 절판돼 흔적도 찾기 어려운데, <삐뽀삐뽀 119 소아과>는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독자가 찾고 있다. 초판은 1999년 말까지 3년 동안 2만5000부 가량이 팔렸다. 이듬해 지은이는 책 내용을 큰폭으로 바꾸고 새로운 정보를 대거 추가해 분량을 두 배 넘게 불려 새로 내놓았다. 개정판은 처음엔 한 해 2~3만부씩 나가다가 지난해부터는 한 해 5~6만부씩 나가고 있다. 개정 이후 지금까지 25만부가 팔렸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서평을 올린 한 독자(아이디 수혁맘)가 “내가 친구로부터 추천받아서 샀고, 임신한 딴 친구에게 추천까지 해 준 책”이라고 한 대로 입소문을 타고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책이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가 사랑받는 이유는 먼저, 충실한 내용에 있다. 지은이는 책의 ‘판’을 바꾸거나 ‘쇄’를 더할 때마다 내용을 수정하고 보충하고 있다. 김현경 그린비 편집주간은 “개정판을 낸 뒤로 지금까지 일곱 번 판을 갈았는데, 그때마다 많게는 100쪽씩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낡은 정보를 바꿨다”고 밝혔다. “지은이가 워낙 의학 공부를 열심히 하기 때문에 새 정보가 끝없이 쌓인다”며 “이제까지 88쇄를 찍었는데 매번 조금씩 내용을 바꿨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은이의 성실성은 친절하고 자상한 배려의 자세에서도 확인된다. 잘 놀고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오르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부모는 허둥대며 병원을 찾는다. 그럴 때 부모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의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지은이는 독자-부모에게 꼼꼼하고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그런 의사다. 가령, ‘아이가 경련을 하면’이란 장을 보면, “열이 있을 때 하는 경련은 대개 별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절대로 엄마가 당황하면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주고, “열성경련은 대개 감기 같은 병에 걸려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열성 경련은 대부분 별다른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라고 설명해준다.
방대한 분량인 만큼 다루는 내용의 다양함과 풍부함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아이의 질병에 관한 의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아이 방에서 가습기나 청정기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같은 가정 상식, 동생이 태어났을 때 당황해하는 아이를 대하는 법 같은 유아 심리까지 포괄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다양하게 줄 수 있는 것은 경험과 공부가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에 지은이는 피시통신 하이텔에서 제일 먼저 육아 상담을 시작했고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그때부터 10여년 동안 계속한 상담 내용이 쌓여 이 책의 토대를 이룬 것이다.
그린비는 인문서 출판사로 이름이 높다. 인문서 불황 중에도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 같은 개성 있는 인문서를 펴내왔다. 특히, 학문적 가능성이 있는 젊은 인문학자들을 발굴해 그들의 집필에 몰두할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삐뽀삐뽀 119 소아과>와 같은 책이 없다면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이 아이를 둔 부모에게 뿐만 아니라 인문서 전문 출판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린비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과 함께 하정훈씨의 <삐뽀삐뽀 119 이유식>도 지난해 펴내 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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