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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솔한 역발상에 비기독교인도 솔깃

등록 2007-01-18 15:07수정 2007-01-18 17:30

「내려놓음」이용규 지음.
「내려놓음」이용규 지음.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내려놓음

좀 과장해서 말하면 기독교 관련 에세이집은 나오는 대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물론 모든 기독교 에세이집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고, ‘자기계발’의 내용이 감동과 함께 있을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한동안 베스트셀러 순위 최상위권에 있었던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이 대표적이다. 규장 출판사의 <내려놓음>도 같은 경우다. 지난해 3월 출간된 이래 베스트셀러 10위 안팎을 넘나들며 30만 가까운 독자를 불러 모았다.

지은이 이용규씨는 열정적인 기도교 전도자이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중동 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학위를 받자마자 몽골 선교에 뛰어들었다. 어찌보면 안락한 삶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자청한 셈인데, 그 용기 있는 선택이 준 특별한 축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축복의 내용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책의 제목인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의 의미를 그는 사소한 일화로 설명한다.

“아들 동연이가 두 살 때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간 일이 있다. 동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버즈 장난감을 두 팔로 꼭 움켜쥔 채 가게를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장난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계산대에 올려 점원의 바코드 판독기를 읽게 해야 했다. 동연이는 울며 장난감을 꼭 쥔 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장난감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게 하려면 잠시 계산대에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적인 선물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내려놓기 전에는 진정한 우리 것을 얻을 수 없다. 영적으로 아기인 우리는 내려놓으면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움켜쥐려고 하고, 결국 그렇게 잡고 있는 한 그것들은 진정한 우리 것이 되지 못한다.”

얻으려면 놓아라. 진정한 행복은 집착을 버릴 때 온다. 지은이는 그렇게 말한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계획을 내려놓기, 물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기, 생명과 안전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기, 명예와 인정받기의 욕구를 내려놓기, 내가 한 일의 열매를 내려놓기 등이 이 책이 권하는 덕목이다. 그렇게 내려놓으면, 내려놓은 만큼 자유로워지고 내려놓아 비워진 만큼 채울 수 있게 된다.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지은이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말씀’으로 채울 때 오는 모습을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내려놓는 삶은 한마디로 온유함을 이루는 삶이다.” “내 속사람이 죽고 하나님의 거룩한 소원으로 채워져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가 곧 온유한 자이다.”

책을 편집한 규장 출판사의 이한민 기획실장은 “이 책의 일차 독자는 기독교인이지만, 비기독교인이 먼저 읽고 기독교인에게 권하는 경우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가기 참 힘든 시대인데 그 힘듦이 잘못된 집착에서 비롯하는 일이 적지 않다”며 “내려놓을 때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역발상의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은이의 진솔한 이야기도 독자의 공감에 힘을 더했을 것이다. 비움으로써 채울 수 있고, 내려놓음으로써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주장임에 틀림없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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