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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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가 펴낸 <철학 콘서트>는 철학 대중화에 정확히 들어맞는 책이다. 인류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동·서양 철학자·사상가 10명을 선별해 그들의 사유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철학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의 구성에 사유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다. 그런 매력은 지은이 황광우씨의 지적 순발력과 응집력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 6월에 출간된 이 책은 교보문고 인문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5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지금도 10원 안에 머물러 있다. 책을 편집한 웅진지식하우스 박재호 선임연구원은 “6~7개월 동안 3만부 남짓 팔렸는데, 이 정도면 인문서로는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논술 공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지만, 독자층은 40대를 중심으로 하여 20대까지가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철학에 목말라하는 성인들이 이 책에서 갈증을 씻을 지식의 샘물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을 보면 성공 원인이 잡힌다. 첫째, 철학과 사상의 정통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정면으로 상대했다는 점이다. 특히 사상의 시조를 불러들임으로써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서양 철학의 원조인 소크라테스, 이상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세운 플라톤, 기독교 세계의 문을 연 예수, 소유와 지배가 없는 유토피아를 그려낸 토머스 모어, 자본주의 세계의 작동원리를 밝힌 애덤 스미스, 관념이 아닌 역사 속에서 ‘자유의 왕국’을 설계한 카를 마르크스 같은 사상사의 결정적 인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정신사의 굵은 마디들이 여기에서 해부되고 설명된다.
둘째, 동양과 서양의 사상이 대체로 균등하게 배분돼 있다는 점이다. 통상의 철학사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동양 사상의 거두 네 명이 등장한다. 고통의 바다를 건너 해탈의 지평을 제시한 석가, 세상의 불의에 맞서 도를 설파한 공자, 동아시아적 유토피아의 꿈을 이야기한 노자, 조선 성리학의 체계를 세운 이황이 네 거목이다. ‘철학 콘서트’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지은이는 동·서양 10명의 지적 거인들과 함께 철학의 향연, 사유의 잔치를 벌인다.
이 책의 세 번째 장점은 이야기의 힘에 있다. 중요한 철학적 문제들이 개념 그대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 속에서 그 삶의 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독자는 지은이가 마련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상가들의 절실한 고민을 함께 겪게 되고, 그 고뇌의 결과로 나타난 핵심 개념을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박재호 선임연구원은 “각 주인공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것이 독자들의 흥미를 특히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은이가 책의 후기에 쓴 문장은 이 책의 효용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고전 읽기다. 자식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이에게 무슨 책을 읽혀야 하나요?’ 하고 묻는 어머니들께 나는 항상 고전을 읽히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고전을 자신의 힘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한 권의 책이 고전 여행의 좋은 안내자가 되길 희망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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