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공중그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47)의 소설 <공중 그네>는 지난해 1월 출간된 뒤 지금까지 30만부 남짓 팔렸다. 근년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국내 독서 시장의 일본 소설 붐을 선도하고 있다 할 만하다. 출간 2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아직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안팎을 넘나들 정도로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역시 지난해 4월에 나왔으나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는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공중 그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주인공인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캐릭터에 있다. 100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듯한 거구에 환자를 힘으로 찍어 누르고는 섹시한 간호사를 시켜 핫도그만큼 굵은 비타민 주사를 놓는 그의 모습은 의사라기보다는 차라리 환자에 더 가까워 보일 정도다. 게다가 그는 환자들의 고민을 꼼꼼히 듣고 치료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실수를 거듭하는 서커스단의 공중 그네 플라이어를 상담하는 대신 자신이 서커스단을 찾아가 공중 그네를 배워 공중을 날고, 프로야구 선수의 상담을 받으면서는 스스로 아마추어 야구 팀에 들어가 선수로 활약하는 데에 더 재미를 붙인다. 날카로운 물건에 대한 강박증을 보이는 야쿠자 중간 보스를 만나서는 그가 상대편 야쿠자와 담판 짓는 자리에 건들거리며 동행하고, 글이 안 풀려서 고민인 소설가를 상담하면서는 그 자신 엉터리 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하는 식이다.
요컨대 이라부는 환자들을 괴롭히는 상황 한가운데로 스스로 뛰어들어가 몸으로 부딪치는 스타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을 환자들이 가까이에서 지켜보도록 한다는 점. 그는 사실 환자들이 어떤 강박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말로써 설명하기보다는 온몸을 던져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환자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공중 그네>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환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증상을 직접 확인하고 그 해결책 역시 스스로 찾아내게 된다. 그러니까 ‘해피엔딩’이다. 독자들이 <공중 그네>에 열광하는 것도 이라부라는 캐릭터가 자아내는 포복절도할 웃음에 더해, 독자 누구나 자신의 경우로 추체험할 만한 문제를 설정해서는 그것을 경쾌하게 해결하는 ‘대리만족’적 요소에 있어 보인다.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 그네>를 통해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권위의 나오키상을 받았으며 출간 당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반응이 좋았지만,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뿐인 작가를 알리는 것이 마케팅 전략의 우선 순위였다. 출판사 은행나무의 이진희 편집장은 “신문 광고는 물론 인터넷 책읽기 동아리를 활용해 ‘입소문’을 내도록 하거나 <공중 그네>의 후속작인 <인 더 풀>이 출간(2005년 7월)되었을 때 <공중 그네>를 끼워 파는 식으로 지난해 1년 동안은 작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과연 <공중 그네>의 성공 이후 오쿠다 히데오의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고, <인 더 풀>과 <남쪽으로 튀어> <라라피포> <걸> 등이 속간되었으며, 그의 다른 작품들 역시 대부분 국내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 무정부주의자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남쪽으로 튀어>는 일부 전문 독자들 사이에서 열광적이라 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공중 그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한 편이다. 이진희 편집장은 “<공중 그네>는 현대인들이 누구나 한번쯤 겪을 법한 소재를 가벼운 터치로 다룸으로써 속시원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남쪽으로 튀어>만 해도 다소 무겁고 진지한 요소가 부담이 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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