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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추리소설 같은 역사서로 호기심 ‘콕콕’

등록 2007-01-25 15:35수정 2007-01-25 16:30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살인과 추리는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코드다. 범죄소설과 추리소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위대한 소설들도 그 형식만 보면 살인과 추리라는 대중소설의 코드에 충실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이 대중적 요소를 통해 조선시대의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지난해 9월 나온 이 책은 넉 달 남짓 만에 5만부 넘게 팔렸다. 대중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역사서로서는 상당한 판매량이다.

이 책은 다산초당에서 앞서 낸 책들의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저술가 이덕일씨의 <조선왕 독살사건>과 <조선선비 살해사건>이 먼저 나와 자리를 깔아준 셈이다. 이덕일씨의 두 책은 조선사의 어떤 흐름을 비정통적 방식으로 살핀 것인데, 이 책들에도 역시 살인이라는 대중적 요소가 핵심 모티프로 작동하고 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앞 책들을 읽은 독자들에게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며 구매를 재촉했을 법하다.

이 책이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 또다른 원인은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찾을 수 있다.조선시대에도 범죄수사에 법의학적 지식이 동원됐다는 얘기인데, 이 점이 ‘과학수사’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출판사는 분석한다. 실제로 책 내용은 조선시대에도 <무원록>이라는 살인사건 지침서에 따라 꾀나 치밀한 수사를 했음을 보여준다. 당시 수사관들이 어떻게 검안을 했는지 묘사한 대목은 이렇다.

“우선 촉루골(두개골)을 취하여 뇌문혈(정수리)에 숙탕(따뜻한 물)을 가늘게 부어 비공(콧구멍)에서 고운 진흙과 모래가 나오는지 살폈다. 고운 진흙이나 모래가 나오면 살아 있을 때 물에 던져진 것이고 나오지 않으면 죽은 후에 던져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 소사의 시신 콧구멍에서 고운 흙이 흘러나왔다. ‘살아 있을 때 물에 던져져 죽은 것이다.’”

“검시관들이 시체를 검시해보니 새끼줄이 감겨 있는 여인의 목에서 액흔(목을 맬 때 목 주위에 남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이 목을 매어 자살할 때는 발버둥을 치기 때문에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인이 목을 맨 나뭇가지는 깨끗했다. 목을 맨 것이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 사건을 소설적 구성으로 풀어 쓴 것도 대중성을 높였다. 지은이 이수광씨는 소설로 등단한 작가이며 한국추리문학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보탰다. 독자들은 나열된 사실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듯이 책을 읽어갈 수 있다. 이 책 속에 소개된 살인사건의 대다수는 양반지배층이 여성과 노비 같은 힘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것이다. 살인으로 읽는 피지배층의 수난사이기도 한 셈이다. 책을 편집한 다산초당의 김계옥 팀장은 “법의학 지식이나 역사적 지식이 충분치 않다는 독자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한다”고 독자들의 평가를 전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독후감을 올린 한 독자(아이디 책먹는여우)는 이렇게 썼다. “평소 역사와 추리에 열광하는 나로서는 책 제목만 보고도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불같이 일었다. 연쇄살인사건 혹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기대했던 나에게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다만 16가지 살인사건들 중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읽어가는 동안 속에서 불끈 울화가 치미는 일이 빈번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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